식물원 매각 뒤 정리해고…2년간 법정싸움끝 14명 복직

사라진 원직두고 공방 계속…복귀후 또다시 징계해고

    <위기의 노조> ③여미지식물원(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이른바 노동3권은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리다. 노동자는 단결권이라는 권리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파업과 투쟁, 경제적 손해, 시민 불편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러한 시선속에 사용자의 노동조합 탄압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미지식물원에서는 노조원 집단해고가 벌어졌고, 이시돌목장에서는 노조원에 대한 임금차별이 자행됐다. 동서교통에서도 노조탄압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힘없는 노동자의 권리창구는 닫혀버렸다. 도내 노동조합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여미지식물원의 노사갈등은 2008년 시작됐다. 2005년 서울시로 부터 여미지식물원을 인수한 부국개발(주)은 2008년 초 경영난을 이유로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다. 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여미지식물원노동조합 김동도 지부장과 양창하 조합원은 여미지식물원 타워 꼭대기에서 10여일간의 단식 투쟁에 벌의며 항의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동자들의 항의를 무시한 채 2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20여명의 조합원을 해고했다. 또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12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으로 노동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2008년 5월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접수하면서 법적싸움을 시작했다. 지노위는 회사 측의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을 거쳐 서울고등법원까지 이어지는 법적투쟁에서도 회사의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회사 측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볼수 없고 경영난의 주된 원인을 지나치게 영업부의 실적부진에만 제한해 해고범위를 확대했다”며 “또 연령·징계여부·부양가족 등의 요소를 반영해 환산점수를 산정한 후 자체적으로 대체 불가자를 정해 해고대상자를 선정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회사 측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회사는 해고자들에게 지난해 8월9일자로 복직통보를 내렸다. 그렇게 14명의 조합원들이 일터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어졌다. 해고자들이 일했던 매점·기념품판매점 등의 원직이 사라진 것이다. 노동자들은 복직자 전체는 아닌 일부라도 원직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매점을 다시 만들 것을 요구했다.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도 매점운영이 합리적이라고 회사를 설득했다.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출근은 했지만 식물부서 업무를 거부하며 투쟁을 이어갔다. 회사는 업무거부에 대한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알려왔다. 2년간의 싸움으로 지쳐있던 노동자들은 일단 업무에 복귀해서 싸움을 이어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지난해 11월부터 12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생소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이중 2명은 식물원이 운영하고 있는 창천의 비닐하우스에 배치돼 외롭게 일해야 했다.

11월부터 여성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한 것과 달리 복직 뒤 업무를 하고 있던 김동도 지회장과 양창하 조합원은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2008년 정리해고 이전에 협상을 시작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는 임금협상 체결과 원직에 대한 문제를 회사 측과 논의했다. 그러나 이들 2명은 지난 2월1일자로 징계해고를 당했다. 근로자들을 선동해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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