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양측의 여론몰이 양상으로 번졌던 제학력갖추기 평가 예산이 반토막났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 제주도교육청 예산심의를 통해 교육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전액 삼각됐던 1억9144만원 가운데 8000만원을 살려놓은 것이다.

다만, 도의회 예결위는 초등학생을 제학력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평가를 지양해 표집평가를 포함해 창의성을 신장시킬수 있는 평가모형을 개발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함께 토론·설문조사 등 타당성조사를 거쳐 교육위와 도의회의 협의를 거쳐 시행하라고 했다.

도의회로선 찬·반 양론이 분분한 제학력평가에 대한 절충점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해와 같이 여론몰이를 통해 제학력평가 예산을 살린 도교육청의 반응에서 ‘꼼수’를 부려 종전방식대로 시행하겠다는 냄새가 풍긴다.

도교육청 고위관계자는 “도의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제시한 조건들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서도 “표집평가로는 기초학력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전수평가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초등학교때 기본학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중학교과정을 못따라가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연결된다”며 초등학생 제학력평가도 강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예산이 반토막나긴 했지만, 일단 종전대로 제학력평가를 시행하면서 추경예산 등을 통해 추가예산을 확보하는 식의 ‘꼼수’를 부려보겠다는 얘기다. 이는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교사·학생·학부모와 제주교육연대 등은 물론 교육전문가인 도의회 교육의원들까지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수 없다.

굳이 제학력평가가 아니더라도 국가단위 학력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수준을 얼마든지 가늠할수 있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제학력평가를 통한 일률적인 줄세우기로 인한 사교육 조장, 중간·기말고사 등 매달 한번 꼴의 각종 시험으로 인한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교사들의 부담 등 숱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종전 방식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제학력평가 강행 ‘꼼수’는 교육위원회를 비롯한 도의회가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 단순 문제풀이가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울수 있는 문제 유형과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는 한편 초등학생을 제외하고 중학생도 전수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로 전환함으로써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살릴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예산승인조건 이행여부를 철저히 감시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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