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지 교수 ‘제주 개발갈등의 정치사와 과제’ 강연

도민 주체 지역사회·갈등관리 시스템 구축 주문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방자치가 오히려 기득권층의 이익 강화와 무분별한 개발주의를 부추긴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제왕적도지사’ 지배구조의 제주사회에 도민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한석지 제주대 교수는 15일 참여환경연대 주최로 교육문화카페 ‘자람’에서 열린 ‘제주, 개발갈등의 정치사와 과제’ 특별강연에서 “지방분권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권한은 더욱 커지고 있으나 주민자치적 요소는 존재성을 잃었다”면서 이같이 우려했다.

한 교수는 “과거부터 누적돼 온 중앙정부의 하향적 지방 지배구조 강화 결과도 한몫을 했다”면서 “그 결과 지방정부·시장(market)·지역토호간 관계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면서 서로 영향을 크게 미쳐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실험과 개발갈등 구조 속에 놓였던 제주사회를 그 근거로 들었다. 과거 지역개발 정책은 중앙정부·재벌이 주도하면서 제주도민들은 객체에 머물렀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은 제주개발특별법을 추진하며 홍영기 제주지사를 경질, 우근민 지사를 임명한다. 이 과정은 곧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방정부 역시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당시 지방정부의 권력은 순수하게 지방정부 자체에서 나오는 권력이 아닌, 중앙정부의 대변 권력으로 제주사회는 국가주도의 하향식 개발, 외지자본과 중앙정부가 주체가 된 외생적 개발이 만연했다.

한 교수는 “제주지역 개발정책에 큰 힘을 미치는 집단은 공식적 권력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지역합의 없이 비합리적으로 개발이 추진될 경우, 공식권력 못지않게 주민·시만단체 등 비공식적 영향력이 커져 심한 저항과 반대에 부딪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제주해군기지 갈등과 영리병원 도입 움직임 등을 언급했다. 그는 “도민과 갈등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공공갈등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특히 주민(집단)과 자치단체 간의 공공갈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구체적으로 해군기지·영리병원 문제가 그렇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지방정부는 지역 고유특성을 살리면서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정책과정을 통해 민주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세계화·지방화 시대에 걸맞는 지방정치는 결과상의 개발이익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상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절실히 필요함을 거듭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정책 추진의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극렬한 저항과 반대는 지속될 것”이라며 “단체장의 독주나 토호의 득세·횡포, 하향적 정책,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후원·수혜의 관계구조 등은 제주 지방정치의 특징적 현상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이 진정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 자체의 힘만으로는 힘들고 시민사회·지식인·지역언론·정당 등이 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지방정부도 갈등관리 시스템 구조를 건설 ‘지방정부-이해당사자-시민사회단체’의 상호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