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문권 / 천주교 제주교구신부

▲ 현문권

11월 11일!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날이다. 우근민 제주도정 숙원사업이 완성된 날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의 노력을 치하했고, 각종 뉴스와 일간지의 머릿기사로 전국민들이 함께 축하했다. 제주도 또한 각종 행사를 열었으며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지금까지도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축하하는 홍보게시물들이 각종 온라인 배너는 물론 제주도내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걸려있다. 물론 1억 통화가 넘는 국민들과 도민들의 전화투표, 특히 제주도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업적이기에 마땅히 홍보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미 선정됐다고 잔치를 열고 홍보를 하는 마당에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과정은 아직도 진행중이란다. 인증서를 받기전까지는!
12월12일자 도민일보에서는 “N7W재단은 잠정 발표일을 기준으로 2~3주 후에 전화·인터넷 투표수를 합산해 확정발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N7W재단은 당초 계획을 변경해 내년 1월에 최종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민주당 김용범 도의원이 “전화요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최종 선정에서 탈락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강성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장은 “유효투표에 영향을 받는데, 유효투표는 전화투표를 해서 요금이 완납된 투표수를 말한다”며 “돈이 안 들어오면 유효투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영민 지식경제국장은 “전화요금은 납부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 관계(최종 선정 탈락 여부)는 KT와 N7W재단이 협정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제주도는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원내대표는 12월1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전화투표비용이 약 400억 원까지 불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KT 대표를 지낸 이 원내대표는 “현재까지 책정된 요금은 최소 200억원일 뿐 정확한 액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만 나온 전화투표비가 200억 원이고 지난 달 11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적극적인 투표 독려에 나선 10월은 얼마만큼 올라갔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결국 3억원의 예산이 300억, 400억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에 대해 항상 비밀로 붙여온 것도 사실이다. 도의회에서는 ‘N7W’ 재단과 맺은 표준계약서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비밀로 붙였고, 투표에 사용된 전화비용 공개도 KT와 ‘기밀유지 협약’이라며 비밀로 하고 있다. “무한반복 전화투표”!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한반복투표는 넌센스이며, 돈이 들지 않는 인터넷투표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야 하는 무한반복 전화투표 또한 넌센스이다. 도민의 혈세가 들어가고, 대통령부터 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무한반복 전화투표”는 제주도정이 ‘N7W’ 재단에 대한 검증과 여론의 비판들을 회피함으로서 전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사건을 만들고, 결국 돈으로 ‘세계7대 자연경관’을 구입했음을 고백하는 꼴이 돼가고 있다.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고 안되고의 문제를 떠나, 도민들이 제주도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틀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자연경관이 불가사이 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제주를 홍보하기 전에 제주도정은 제주도의 자연경관과 환경에 대한 경외심과 보존의 의지가 있는지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들이 우려하는 중산간지역의 개발, 지하수 개발, 도로포장, 곶자왈 지역의 골프장 건설, 북촌지역의 채석장문제, 송전탑 문제, 풍력발전으로 인한 해안과 중산간 지역 경관훼손, 각종 해안 매립지 개발사업, 제주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바다매립과 함께 추진되는 강정해군기지 건설문제 등은 제주도정이 심혈을 기울인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무한반복 전화투표의 노력과 함께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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