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도민사회에 겁도 부끄러움도 없는 모양이다. 제주도 재정상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언론사 등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 민간보조금을 ‘도로증액’하는 행태를 서슴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문화관광위는 내년 도 예산안 예비심사 계수조정을 통해 도가 민간보조금 개혁 차원에서 올해 마련한 기준에 따라 감액편성한 지역언론사를 비롯한 민간단체 행사 보조금을 멋대로 증액했다. 예산에 잡혀있지 않던 한 방송사 주최 전국지구력승마대회에 8500만원, 다른 방송이 주최하는 전국평화기 태권도 대회도 정액지원으로 1억5000만원이 편성된 것을 5000만원이나 증액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한 지역신문이 주도하는 지질공원 트레킹 프로젝트 운영에도 8500만원이 신설됐다. 이 신문이 주도하는 거문오름 국제트레킹대회에 1억8000만원이 정액지원으로 편성되는 등 자연경관 사유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400만원이 편성된 다른 지역신문의 제주관광인대상에도 3600만원이 증액되기도 했다. 생활체육회 활성화 사업에 6800만원, 생활체육 국내외 교류 활성화 3000만원, 제주시생활체육회 사무실 운영 및 활성화사업에 9800만원 등 생활체육관련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은 지방선거때 도지사를 도왔던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도가 민간행사보조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것은 정산 자체가 부실하고 그 내역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퍼주기식으로 지원하면서 ‘먼저 보는게 임자’나 다름없는 ‘눈먼 돈’으로 인식돼온 부당한 관행의 고리를 끊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관광위가 지역언론사 등의 심부름꾼인양 지난해와 같이 ‘도로증액’하거나 신설한 것은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안하무인(眼下無人)적인 발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제·전국대회와 도내 대회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대회와 행사의 실질적인 파급효과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사적인 이해관계나 입김에 휘둘려 도 예산을 주무르면서, 도민들이 빌려준 공적인 권한을 개인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수준 미달의 도의원들은 하루빨리 걸러내야 한다. 선심성·낭비성 예산을 줄여 취약계층과 서민복지 등에 쓰도록 하겠다는 장동훈 위원장의 다짐이 지켜질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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