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이 낸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위법을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며 기각한 제주법원의 판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걸림돌’ 판결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의 원고적격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해 도지사의 자의적 처분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는 이유다.

제주법원 1심과 항소심은 판결을 통해 ‘절대보전지역 지정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인근 주민의 주거 및 생활환경이 아니라 지하수·생태계·경관 그 자체이며, 주거 및 생활환경상의 이익은 반사적으로 누리는 것에 불과해 근거법령 또는 관계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고 할수 없다’고 했다. 또 ‘원고들이 주장하는 헌법상 생존권, 행복추구권, 환경권만으로는 그 권리의 주체·대상·내용·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있다고 볼수 없어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 위법을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종합적 기본권 ‘환경권’
민변은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국민권리구제 확충과 행정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 차원에서 행정처분과 관련해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도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 당해 처분을 다툴수 있는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법률상 이익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원고적격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권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한 양호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로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토대를 이루며 긍국적으로 삶의 질 확보를 목표로 하는 종합적 기본권임을 민변은 강조한다. 더불어 대법원은 자연환경만이 아니라 종교·교육적 환경까지 환경권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공해배제청구권과 생활환경조성청구권에 쾌적한 주거생활권, 국가의 환경침해권에 대한 방어권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따라서 해군기지로 인해 강정마을공동체를 둘러싼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환경권의 법적 보호대상이 되며, 이 일대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등 5개의 각종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가 환경보전의무를 위배하고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평화적 생존권 역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 강정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소송 기각 판결은 명백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민변은 절대보전지역은 조례에 명시된 기준에 의해 지정되고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속행위임에도 도지사의 재량행위로 본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설사 재량행위라 해도, 자연환경을 보존할 필요성이 높은 강정마을의 현 상태나 절대보전지역이 아닌 대체 가능한 부지의 존재사실, 8대 도의회에서 한나라당의원들이 강행처리한 동의안의 안건심의 규정과 표결방법 위반,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 위배 등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 등을 고려할때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은 위법하다는 결론이다.

로스쿨 학생도 아는 …
지난 3일에는 제주대 로스쿨 재학생 3명이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 취소소송 기각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의 ‘환경보호지구의 해제처분과 원고적격’이라는 논문으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들은 국책사업과 관련된 환경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의 법리는 소극적이고 교조화된 법원에 의해 국민의 환경사법 접근권을 차단하는데 사용돼 왔음을 꼬집었다. 대법원이 법률상 이익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해 원고적격의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임에도,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을 강행한 행정청과 명백한 절차하자에 대한 판단을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회피한 사법부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끊임없는 점검 노력을 통해 행정재판을 명실상부한 공·사익의 조정을 위한 공론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헌법상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인간과 자연 공생의 첫걸음이라는 대목도 공감이 간다. 법원은 ‘국가공권력의 명백한 절차하자를 용인한 판결은 개인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위반한 판결’이라며 ‘더이상 권력자의 편에만 서지 말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답게 판결해달라’는 강정마을회의 외침도 귀담아 들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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