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대금 못받은 N7W재단 최종 선정 연기

도 “투표전화는 국제전화 아니” 의구심 증폭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지난달 14일,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이 ‘세계7대 자연경관’에 제주가 잠정 선정됐다고 발표하자 제주도 당국은 환호했다. 확정이 아닌 잠정일 뿐이었지만 마치 최종선정된 것처럼 쾌재를 불렀다.

N7W재단은 잠정 발표일을 기준으로 2~3주 후에 전화·인터넷 투표수를 합산해 확정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N7W재단은 당초 계획을 변경해 내년 1월에 최종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렇다면 확정발표를 연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N7W재단이 투표전화비를 회수하지 못해 상당기간 연기를 결정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최첨단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구축된 글로벌시대에 전화·인터넷 투표 합산시간은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도내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11일 “전화·인터넷 투표합산은 1주일은 커녕 1~2일이면 충분하다”며 “N7W재단이 다른 꿍꿍이나 의도가 있지 않는 한 2~3개월여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내 한 원로인사도 “N7W재단은 특별한 발표행사나 공식 기자회견 없이 달랑 캠코더 영상을 찍어 웹사이트에 올린 후 잠정발표한 게 전부”라며 “BBC 방송 등의 영상·사진을 무단 도용했던 재단이 스스로 허접함을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로인사는 이어 “잠정발표는 제주도청에서 지불하지 못한 전화료를 받아내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고 내년 초 확정발표키로 한 것도 수익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N7W재단 입장에선 돈 벌자고 ‘세계7대’ 시리즈를 진행한 것인데 수익금이 안 들어오니 연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7대경관’에 200억원의 공공전화료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추경예산을 통해 확보한 공공전화료는 30억여원. 그러나 새해 예산안에는 부족한 금액을 채워 줄 전화투표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나머지 돈을 어떤 식으로 확보해 재단에 지불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그동안 ‘준조세’나 다름없던 ‘전화투표 기탁금’이 재단 호주머니를 채워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읍면동,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도내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100억여원의 기탁금에 힘입어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편 도 당국은 ‘7대경관’ 선정 투표를 위해 KT가 마련한 단축번호(001-1588-7715)에 대해 “국제전화가 아니”라며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뿐”이라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도 “엄밀히 따지면 정식 국제전화는 아니”라고 확인했다.

최근 “KT의 영업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전화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우근민 지사의 말처럼 결과적으로 ‘영업비밀’이라는 베일 속에 단순한 중복전화 투표가 아닌 제주도-KT-N7W재단 간 모종의 협약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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