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올해 ‘10대 걸림돌 판결’ 선정…“원고적격 너무 협소”

[제주도민일보 김성진 기자]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처분 무효확인소송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의 원고 적격성을 부인했던 지난 5월 광주고등법원 판결이 올해 최악의 판결 중 하나로 꼽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5일 발행한 ‘2011 한국인권보고서’를 통해 올해의 ‘10대 걸림돌 판결’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주부(재판장 방극성 제주지법원장)가 지난 5월18일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인 강정마을회의 항소를 기각한 판결이 2011년 ‘걸림돌 판결’에 뽑혔다. 이로써 광주고법은 올 한해 서울고법을 제외한 4개 지방고등법원 중 유일하게 실망스런 판결을 낸 고법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민변이 선정한 ‘10대 걸림돌 판결’에는 헌법재판소 결정 3건을 비롯해 대법원 2건, 서울고법 2건, 광주고법 1건, 서울중앙지법 1건 등 총 10건이 올랐다.

강정 절대보전지역 판결을 ‘걸림돌 판결’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민변은 “절대보전지역 지정 및 해제와 관련한 인근 주민들의 원고적격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해, 관련법령의 취지를 무시한 도지사의 자의적 처분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고 평가했다.

광주고법 제주부는 “제주특별법과 조례에 의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인근주민의 주거 및 생활환경이 아니라 제주의 지하수·생태계·경관 그 자체이고, 주거 및 생활환경상의 이익은 반사적으로 누리는 것에 불과해 근거법령 또는 관계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헌법상 생존권, 행복추구권, 환경권만으로는 그 권리의 주체·대상·내용·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돼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그에 근거해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민변에 의한 ‘걸림돌 판결’ 선정은 작년에 이은 두 번째로,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민변의 12개 위원회와 올해의 판결 선정위원들이 추천한 수십 개의 판결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판결 선정에는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문기자, 참여연대·새사회연대 관계자 등이 참여한 선정위원회가 맡았다.

민변은 “가급적 다양한 분야에서 ‘걸림돌 판결’을 선정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판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사법부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변은 한국인권보고서를 통해 올해의 ‘디딤돌 판결’도 선정, 공개했다.

‘걸림돌 판결’은 다음과 같다. △신고하지 않은 1인시위의 경우에도 1인시위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1인시위자를 격려한 사람들도 모두 공모공동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09도.2831)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이포보 농성에 대해 지지성명을 발표한 환경운동연합에 대해 손해배상 방조책임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법 판결(2010가1합91140) △양심에 따른 병역을 거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헌재 결정(2008헌0가22등)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도지사의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는 광주고법 판결(2010뉴1438) △G20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린 행위가 공용물건손상이라는 서울중앙지법 판결(2011고1단313) △삼성-안기부 X파일을 공개한 기자와 노회찬 전의원의 행위가 정당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2006도08839, 2009도014442) △자의적인 역사교과서 수정명령이 위법하지 않다는 서울고법 판결(2010누131319)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 결정(2007헌0마1083) △군형법상 계간죄가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 결정(2008헌0가21)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과 두물머리 패소 서울고법 판결(2011누1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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