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2명 ‘24시간 격일제’ 별도 휴일은 없어
나이 어린 관리소장 막말에 상처
그만두고 싶지만 “이 나이에 일하는게 어디냐…”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시간당 2500원을 받는 김철수씨(가명·67). 그는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만나자고 했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지난 4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서귀포시 모 아파트에서 일한다. 3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김씨를 포함해 2명이다. 이들은 하루 24시간씩 격일제로 일하고 있으며 별도의 휴일은 없다. 지난 추석때도 평소대로 근무를 이어갔다.
계약기간이 1년인 김씨의 월급은 90만원 정도다. 하루 24시간씩 15일을 일하면 한달에 총 360시간을 일해야 한다. 시급으로 계산해보면 시간당 2500원.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에 턱없이 모자라다. 근무일 중 하루 8시간을 휴식시간으로 정해놓고 근무시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시간표를 살펴보면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경비실 근무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휴식(점심식사)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경비실 근무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휴식(저녁식사)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당직실 근무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휴식 △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당직실 근무다. 그러나 하루 8시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한 시급도 3750원에 불과하다. 물론 명절 상여금 따위는 꿈도 못꾼다.
게다가 하루 8시간의 휴식시간 조차 마음껏 쉴 수 없다.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6시부터는 택배 등을 찾으려는 입주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미화원이 퇴근한 뒤에는 자신의 업무가 아닌 청소를 해야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오후 11시부터 휴식시간에 들어가야 하지만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중에 입주자의 차량이 아닌 것을 체크하고 나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새벽에는 갑자기 울리는 비상화재벨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틀에 한번 이상 화재벨이 울려요. 동네 아이들이 장난으로 누르거나, 고장나서 제멋대로 울리는 경우죠. 벨이 울리면 빨리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꺼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기는 불가능해요”
무엇보다 김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관리실 직원의 차별대우다. 관리실에는 관리소장을 비롯해 4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들의 월급은 김씨보다 5일 먼저 나온다. 김씨는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관리소장에게 물어봤더니 소속이 달라서라고 하네요. 관리실 직원들은 주택관리 용역회사 소속인데, 저와 동료 경비원은 주택관리 용역업체에서 또다시 경비업체 용역을 통해 채용됐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관리실 직원들은 김씨를 동료로 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주쳐도 인사를 하는 일도 없고, 관리소장은 시킬 일이 있을 때만 김씨를 부른다. 특히 김씨보다 15살 이상 어린 관리소장의 막말은 김씨를 더욱 서럽게 한다.
“소장이 아파트 외부 전체를 청소하라고 시킨적이 있었어요. 동료 경비원과 반씩 나눠서 하기로 이미 얘기를 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는 소장에게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저보고 시키는대로 안한다면서 ‘당신 그만두고 싶냐’고 하더군요. 제 나이가 70이 코 앞인데 사람을 너무 막 대하니까 옷벗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하지만 이 나이에 어디가서 일하겠어요. 1년만 꾹 참자고 생각하며 다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