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1월21일 이뤄진 국방부의 강정해군기지 실시계획 승인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방부와 해군, 전임 ‘김태환 도정’이 합작해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여온 절차가 원인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 3월15일 이뤄진 실시계획 변경승인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초 실시계획과는 별개의 처분이고 환경영향평가와 도지사 협의, 절대보전지역 변경 등의 절차를 통해 실시계획의 하자가 보완됐다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해군기지 사업은 당초 실시계획에 따른 토지감정평가와 수용 등의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반대범도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이번 판결은 해군기지 사업이 위법·부당하게 이뤄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해군이 ‘어쨋든 해군기지 건설이 가능하게 된것이 아니냐’고 희희낙락하며 ‘표정관리’나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초 실시계획은 무효지만, 변경계획은 적법하다는 판결의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위법한 절차를 되돌리는데 적어도 3개월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방부와 해군에서부터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주민을 비롯한 제주지역사회가 해군기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 시작은 위법행위의 당사자인 국방부와 해군의 지역주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다. 해군기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마을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은데 대해 겸허하게 사과함으로써 마을주민들의 가슴에 든 피멍을 다소나마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우근민 도지사와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그동안 강조해온 해군기지 ‘해법’을 내놓고 도의회와 진지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이를 토대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제주지역사회와 마을주민들과 마음을 연 ‘소통’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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