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어교육도시에 들어오는 외국 유명 사립학교들이 돈 한푼 안들이고 ‘몸’만 온다고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학교를 짓는것에서부터 운영비까지 전액을 부담하고 외국학교는 교육과정만 책임진다는 것이다. 운영적자도 전적으로 JDC 책임이고 흑자가 나면 교사들의 월급을 올려주기로 했다니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

영어교육도시는 2015년까지 공공자금 4592억원과 민자 1조3214억원 등 1조7806억원을 들여 초·중·고 12곳의 국제학교와 외국 대학교·대학원을 유치하고 주거·상업용지를 개발해 2만3000명을 수용하는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민자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JDC가 모든 것을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에 유치가 확정된 외국 사립학교는 영국 노스런던칼리지스쿨과 캐나다 브랭섬홀 2곳이다. 한곳당 1000억원대를 훌쩍 넘는 건축비에서부터 운영비까지 책임지는 조건이 선례가 돼서 다른 학교를 유치할때도 같은 혜택을 주게 되면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수 밖에 없다. 여기에 운영적자까지 떠안게되면 ‘답’이 안나오게 된다.

투자비와 운영적자 등을 메꾸기위해 학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면 이른바 ‘귀족학교’가 될수밖에 없고, 학생유치가 예상대로 안될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민간투자 유치에 급급해 수익시설에 치중하다 자칫 교육도시가 아닌 상업도시로 변질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시작단계에서 재정을 전액 부담해서라도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할수 있을 정도의 명문 외국학교를 유치해 사업취지에 부합하려는 JDC의 고충과 노력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듯이, 지나치게 목적에만 매달리다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외국학교 유치에 따른 재정 및 운영비 부담, 교육프로그램 수준과 학생 수요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JDC가 감당할수 있는 수준에서 외국학교 몇 곳을 시범적으로 유치해 파급효과를 넓혀가는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학교 운영이 활성화되면 민간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것이라 본다.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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