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측 “수술 시간 기다리다 아이 맹장 터진 적도”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09년도 전국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제주도내 4곳의 병원 이용객 불편사항이 많아 평가 결과와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6월11일까지 전국 총 457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에 한라병원·제주대학교병원·한마음병원이 우수 등급을, 응급의료기관은 힌국병원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핵심기본요건충족과 질 수준 평가로 이뤄졌다. 핵심기본요건은 24시간 전담전문의 진료 여부(인력충족), 의료시설 및 장비 확보 여부(시설·장비 충족)등으로 판단하며, 질 수준 평가는 중증질환자 대기시간·입원·퇴원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해 의무기록 내역으로 비교, 각각 점수를 매긴다.

평가 결과 제주도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시설충족은 충족율 100%에서 60%로, 인력충족은 75%에서 40%로 각각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 4곳의 병원들은 모두 올해 ‘우수’와 ‘최우수’의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의료 평가와는 달리, 응급실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병원에 대한 평가는 기대 이하였다.

17일 A병원을 찾은 이모씨(46·삼도동)는 “24시간 전담전문의 배치? 실감 안 난다. 병원이 텅 빌 때는 응급실 내 의료진 인원자체가 적다”며 “그럴 땐 담당의라 해봐야 주로 인턴과 간호사다. 이들이 진료해주는 때도 많다”라고 답했다.

18일 오전 3시30분 A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결과 빈 병상만 있을 뿐 응급실에는 환자도, 의료진도 없었다.

B병원에서 만난 박모씨(37·여·노형동)는 “여긴 간호사가 많다. 우리 아이 진료도 실습간호사가 도왔다. 학교 학부모들 얘기를 들어보면 ‘응급 환자도 똑같은 환자인데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쾌할 때가 있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병원은 4곳의 병원 중 이용환자가 제법 많은 곳이었으나, 이날 보호자를 포함해 약 40명이 상주하던 이곳의 의사는 2명이었다.

이번 복지부 평가결과에 대해 이씨는 “병원은 환자들 중심의 기업 아니냐. 기업은 주로 고객반응에 대해 주목해야지, 회사 시설에 대해 기업끼리 서로 평가·경쟁하냐”며 “우수·최우수에 선정됐다해서 그 병원이 특별하다 떠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이용환자들이 느끼지 못하면 점수가 없는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이용객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복지부의 평가에서 가장 미흡한 부분은 응급실 24시간 전담전문의 배치 문제와 그에 따른 진료 지연으로 지적됐다. 때문에 이용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클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이는 우수한 평가 외에 이용객 만족에 있어서는 ‘나 몰라라’ 식이나 다름없다.

예전에 딸아이와 함께 한 병원을 찾았던 김모씨(54·여·이도1동)는 “아이가 밤중에 충수염(맹장염)진단을 받았지만 의사의 ‘스케쥴이 꽉 찼다’는 이유로 다음날 오후까지 수술이 미뤄져 결국 맹장이 터졌다”며 “오전 수술을 해준다는 병원 측이 오후가 되도록 수술약속을 잡지 않았다.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담당의사는 현재 점심 식사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수술실까지 올라가 한바탕 난리치고서야 수술을 했지만 맹장이 터져 불순물이 폐까지 올라가 아이가 폐렴 합병증까지 앓던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전했다.

병원 측 입장은 다르다.  24시간 전담의료진배치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전담부서를 정해 24시간 대기조 근무를 하기 때문에 전담의사가 없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우수의료기관으로 선정되면 우수 응급의료센터(한라병원·제주대학교병원·한마음병원) 1억500만원, 최우수 응급의료기관(한국병원)은 765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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