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자체 외상값 파문 불똥튈까 노심초사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타 지자체 공무원의 ‘억대 외상값’ 파문이 도내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지 관계당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앞에서 음식점을 경영했던 이모씨(53)가 도청 공무원의 외상값 실태를 폭로했다. 이씨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3년간 도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할 당시, 외상 거래를 튼 도청 실·과가 20~30곳에 이를 정도로 손님 대부분이 공무원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개업 후 외상값이 실·과별로 수백만원씩 불어났지만 결제되는 금액은 20만~30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공무원들의 외상 규모가 1억원대에 달해 이씨는 총 2억원의 빚을 지고 가게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씨는 “외상 규모가 커져 장부를 들고 해당 실·과를 찾아 다니며 갚아 줄 것을 요구했지만 ‘서무가 바뀌었다’, ‘그 정도 외상은 기본 아니냐’ 등의 말만 돌아왔다”며 “그 당시 식사는 물론 담뱃값에 심지어 가족모임도 부서회식비 이름으로 외상을 한 공무원도 있다”고 폭로했다.

가게 문을 닫은 이씨는 술과 수면제 등에 의존해 잠을 잘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졌다. 이씨는 “빚더미에 힘이 들어 외상 장부를 들고 아파트 옥상으로 가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딸이 말리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청주시내에 식당을 다시 열면서 식당 건물 밖에 ‘도청 공무원은 절대 사절, 안 받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청 일부 직원들은 “10년 전의 일이어서 잘 모르지만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충북도가 “관공서 주변식당에 외상을 달아놓고 한 달 간격으로 결제해 주는 것은 제도적인 문제이지 관행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급량비 사후결제(외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억대 외상값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타 지자체에도 불통이 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도내 관공서 주변 식당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지 않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청·교육청·도의회 등이 몰려 있는 주변 역시 식당들이 즐비하며, 도내 공무원들 역시 매번 식대를 결제하지 않고 일정기간 몰아서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는 이와 관련 “최근 타·시도에서 공무원들이 과도한 외상으로 관공서 주변 식당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도 당국 역시 이 같은 논란에 각 실·과별로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민원발생 사례가 없도록 적극 지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한편, 도청 인근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A씨는 “몇 달씩은 아니지만 1~2개월 결제가 밀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제때 결제해주면 좋겠지만 행여 독촉이라도 하면 더 이상 식당을 찾지 않을까봐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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