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 차별에 사직·탈퇴 이어져…노조 제외 임금인상 계획 통보도

     <위기의 노조> ②이시돌목장(하)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이시돌목장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고 시작된 파업 결과는 처참했다. 사측의 징계 협박과 조합원 사직·탈퇴가 이어지면서 노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시돌목장지회 조합원들은 지난9월9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임금차별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하지만 생계를 이유로 파업은 같은달 23일 2주일만에 끝났다.

파업의 후유증은 컸다. 아직까지 혼자서 파업을 이어가는 강성규 지회상에게 사측의 압력이 들어왔다. 사측은 지난 10월4일 강 지회장에게 “노조에서 게시한 현수막을 즉시 철거하라”며 “허위사실이 포함된 현수막을 게시한 노조를 상대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와 징계 등 인사 조치를 반드시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음날에도 사측은 강 지회장에게 ‘징계의결 예정통보’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공문을 통해 “현수막 중 일부가 찢어져 바람에 심하게 나부끼면서 방목장의 말들이 놀라 날뛰다 한마리가 눈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며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와 징계 등 인사 조치는 물론이고 말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강 지회장은 “우리가 파업을 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방법으로 노조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며 “오히려 누군가 의도적으로 현수막을 칼로 찢어나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작업장에 복귀한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고통도 컸다. 사직과 탈퇴가 이어졌다. 전체 현장근로자 27명 중 10명이 가입돼 있었던 노조 조합원은 절반으로 줄었다. 파업시작과 함께 1명이 사측의 회유로 업무에 복귀한 뒤 노조를 탈퇴했고, 파업기간 중에는 1명이 사직했다. 업무복귀 이후에도 2명이 차례로 사직했고, 지난 16일에도 탈퇴자가 나왔다. 남은 5명의 조합원 가운데 2명도 탈퇴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강성규 지회장은 “회사에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게는 연장근로를 못하게 했다”며 “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한달 임금이 100만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기 때문에 버틸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합원을 제외한 임금인상 계획도 노조 탈퇴를 부추겼다. 사측은 지난 14일 “임금교섭이 타결되지 못해 조압원뿐만 아니라 전 직원에 대해 임금인상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합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노조에 최종 제시했던 안으로 임금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강성규 지회장은 “사실 임금교섭에는 비조합원들의 관심이 더 많다”며 “인상해 준다는데 그냥 합의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올해마저도 회사 뜻대로 넘어가버리면 사측의 노조 탄압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지회장은 이어 “비조합원들 가운데서 ‘노조에서 악역 맡으면 저절로 임금인상이 되는데 뭐하로 회사에 찍히면서 노조에 가입하냐’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 착잡하다”며 “그래도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 중에도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시돌목장 사측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게는 연장근로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파악된 바가 없다”고 말했고, 비조합원의 임금만 인상시킨다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노조측에 임금협상 타결을 촉구하기 위한 뜻 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시돌목장은 과거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조합원들을 집단해고 하면서 노조활동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90년 12월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시돌목장은 적자운영을 이유로 근로자 15명을 집단해고해 말썽을 빚었다. 15명 가운데 12명은 조합장을 포함한 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은 같은해 9월 노조를 설립한 뒤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이던 중 해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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