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하 <국립수산과학원 생명공학과 수산학 박사>


친정아버지가 자주 흥얼거리던 ‘칠갑산’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되는 1980년대 이 노래에서 우리의 정겨운 농촌풍경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경우도 이제는 콩밭 매는 모습이 거의 사라졌지만 그 당시 미국이 경우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농촌이었을 것이다. 밭이라고 하기에는 광활한 영토, 끝이 보이지 않는 농장에서 잡초제거가 어찌 사람의 노동력으로 해결되었겠는가.

공중에서 비행기 등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농약 및 제초제가 살포되었고 살충제가 뿌려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누구든 병충해에도 강하고 제초제에도 끄떡없이 잘 견디는 콩은 없을까 상상했을 것이다.
 

종자·농약회사에 더 이로운 작물


이러한 사람의 욕구와 과학의 힘으로 유전자 변형 작물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들의 특성은 성장 및 생리에 대하여 새로운 특징을 부여한 것으로, 제초제 및 병해충 저항성 생물 생산이 해당된다. 이는 소비자보다는 종자회사, 농약회사 및 1차 생산업자에게 유익한 특성을 갖는다.

우리가 콩밭 매고 있을 때 곡물 생산국들은 경쟁적으로 이들 품종들을 상업적으로 재배하여 국제적 승인을 거쳐 수출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25% 미만 (쌀 제외한 경우 10% 미만)인 식량 수입국이다. 특히 유전자 변형식품 표시 대상이면서 식품 가공 산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의 경우 국내 자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식물성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인 콩 (대두)의 경우도 7% 미만으로 자급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수치상으로는 우리 식생활에 우리 농수산물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고, 곡물 수출국들은 유전자 변형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유전자변형체의 원료들이 직·간접적으로 상당부분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식량 뿐 만 아니라 화훼분야에서 개발된 파란색 장미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 의해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파란색 장미. 단지 색깔뿐만이 아닐 것이다. 장거리 운송에도 시들지 않고 싱싱함을 유지할 것이고 장미향은 오래가고 더욱 깊을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산호의 유전자를 넣은 빨간색 형광 송사리가 소개되어 환경오염 감시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렇듯 이제 유전자변형체 그리고 생명공학의 산물은 우리 주변 다양한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GMO 혹은 LMO로 불리는 유전자변형체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자연의 또 다른 메시지


소비자들의 인식 및 태도는 70% 이상이 식품 및 농수축산분야에 LMO가 이용되는 것이 불안하다고 답한데 비해, 의료, 의약품, 환경정화, 산업바이오 및 바이오에너지 분야에 LMO 이용에 대한 불안감은 25% 미만이었다. 연구자들은 85% 이상이 유전자 변형기술이 인류에 도움을 주는 기술로 난치병, 암 그리고 식량문제 해결에 유용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GMO 및 LMO에 대한 이용성과 안전성에 대해 많은 연구와 지침 그리고 규제가 있다. 우리의 인식과 본성은 과학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이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의 연구방향은 식용 백신, 항암 성분, 영양가가 향상되었거나 의약용 성분이 강화된 소위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유익하여 자발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전환되고 있다.

모든 과학기술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이용하고 개발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임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초제를 살포한 농장에서도 살아남은 토양 미생물로 부터 제초제 분해 유전자를 발견하여 그 유전자를 식물에 변형시켰고, 이들 유전자 변형 작물은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했지만 최근에는 제초제 내성 슈퍼 잡초가 생겼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자연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문득 파란 장미의 꽃말은 뭘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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