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살고 싶어 노조 가입…조합원 임금 차별에 또다시 눈물

     <위기의 노조> ②이시돌목장(상)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이른바 노동3권은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리다. 노동자는 단결권이라는 권리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파업과 투쟁, 경제적 손해, 시민 불편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러한 시선속에 사용자의 노동조합 탄압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미지식물원에서는 노조원 집단해고가 벌어졌고, 이시돌목장에서는 노조원에 대한 임금차별이 자행됐다. 동서교통에서도 노조탄압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힘없는 노동자의 권리창구는 닫혀버렸다. 도내 노동조합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회사에서 일하다 산재를 당해서 18개월 동안 입원해 있었어요. 입원 기간동안 회사에서는 단 한번도 문병온 적이 없었죠. 치료를 마치고 나서 복직했더니 회사 간부가 ‘다치면 너희만 손해’라고 하더군요. 인간답게 취급받고 싶어 노조에 가입했어요”(이시돌목장 노조 조합원 A씨)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이시돌목장은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 신부가 설립했다. 청정 제주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목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목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성당·복지의원·요양원 등을 세우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맥그린치 신부는 농림부 장관상, 적십자 봉사상, 보건복지부 표창, 제주도지사 감사패 등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시돌목장이지만 노동조합과 관련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오히려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09년 3월 출범한 민주노총 제주본부 일반노조 이시돌목장지회의 강성규 지회장은 “회사가 노조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시돌목장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면서부터다. 당시 연봉제는 연장근로를 포함해 하루에 14시간을 일해야 정상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 17명이 뭉쳐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설립 이후 열악한 임금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사측과 끊임없이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노조원들의 평균 급여는 123만원 수준으로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최저생계비 143만9413원에서 20만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2002년 이후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임금 인상은 단 두차례 뿐이었다. 회사는 연 200%의 상여금을 12개월로 분활해 월급과 함께 지급하면서 최저생계비 수준에 맞추고 있다.

올해 역시 임금협상에서 노사는 합의를 보지 못했고, 조합원 10명은 지난 9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이 비조합원의 임금을 인상한 것이 조합원들을 자극했다. 일부 직원을 특별승진 시키면서 직책수당을 지급한 것이다. 승진자 중에는 노조 탈퇴자가 포함돼 있었다. 노조는 사측의 특별승진이 조합원들의 노조탈퇴와 노노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조의 총파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집안의 가장들은 생계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주일치만 지급된 9월 월급 명세서를 받아든 노조원들은 직장에 복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다. 직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도 이어졌다.

혼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강성규 지회상은 “나 혼자 남더라도 올해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강 지회장에게 회사는 징계를 내리겠다는 공문을 여러차례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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