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난 사람 -3]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신·우 갈등 내 세대에서 끝낼 것

7대 경관은 흡사 공산주의 정책

정치행보? 지역정당 만들기 최선”

▲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사진=한종수 기자>
〈3〉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1993년 관선 도지사와 1995년 민선1기 도지사를 역임한 신구범 전 지사.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제주도를 이끌던 도백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어느덧 13년. 그 사이 제주는 국제자유도시·특별자치도 등 굵직한 타이틀을 거머쥐며 변해왔고, 해군기지·7대경관 등 혼란도 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신·우 갈등과 그의 정치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과거 그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왜 중퇴를 했으며, 관선 지사 부임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도백에서 물러난 후 해 왔던 일들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으나 중요한 건 현재이며 미래 제주이다. 그렇기에 신 전 지사를 만나 지금의 제주를 진단하고 미래제주에 대한 그의 명확한 견해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가까이 있어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밖으로 나와서 볼 때 비로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제주를 묻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무척 흥미로울 수 있다. 사회갈등만 양산하며 전진이 더딘 이 시점에 신 전 지사가 보고 있는 제주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일문 일답을 정리해 본다.

▲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사진=한종수 기자>
●민선5기를 이끄는 우근민 지사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도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되새기면 나오는 명쾌한 대답일 뿐,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리콴유 전 수상을 좋아하는데 자국 내 해군기지를 과감히 철수시켜 세계적 관광도시 및 경제발전을 이룬 인물이다. 제주해군기지, 7대경관, 삼다수 계약 논란 등 리더로서 명확히 해야할 문제들이다.

●리더십 부재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인가.
정상적인 리더십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도민사회 여건이 돼 있나. 리더십을 논하기 전에 도민사회를 돌이켜봐야 한다. 해군기지나 7대경관 등에 문제의식이 많지만 충분히 공론화 되고 있나. 누구 하나 도지사에게 바른 소리하는 측근이 없다. 제왕적 도지사는 이들이, 도민 스스로 만든 것 아닌가.

●미래 제주가 비전 없이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현재 제주는 비전 없이 움직이고 있다. 세계 속 제주라는 슬로건이나 수출1조원 등의 정책만 있을 뿐이다. 갈등만 양산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든 갈등은 존재한다. 다만 갈등을 성숙의 단계로서 발전시키는 동력,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제주의 비전은 잃어버린 ‘자존’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해군기지 갈등문제도 자존이 없어 불거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우 갈등,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되지 않겠나.
갈등은 발전 동력의 일부분이라 생각하지만 도민은 여전히 ‘대립’으로 생각한다. 최근 20년 제주도정은 신구범·우근민·김태환으로 만들어져 왔는데 따로 공과를 분리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종합·정리할 때라고 생각한다. 세 사람을 묶고 다음 정치세대와 연관성을 배제하고 싶다는 것이며 이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를 토대로 상호보완적인 비전을 정립해야 하며 갈등은 내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

●구체적인 주요사안에 대해 얘기해 보자. 우선 해군기지.
강정주민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오로지 크루즈항 시설 부문만 쟁점이 되고 있다. 15만t 크루즈 2척이 강정항에 반드시 동시접안이 돼야 한다는데, 전 세계적으로 15만t 규모의 크루즈가 몇 대 있다고 생각하나. 21만t 크루즈 2척, 16만t 규모 4척, 14만t 규모 4척이 전부인데 이들 중 아시아에 운행하는 선박은 전무하다. 현실적으로 강정항에 올 수 없다는 말이다. 동시접안, 민항 검증위 구성 등은 중요치 않다. 왜 제주에 건설하는지 절차상 문제 등 원점부터 따져야 한다.

●7대경관은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시민들이 행사나 모임 때 휴대폰을 들고 누르는 시늉만 했다. 흡사 공산주의 정책을 보는 듯하다. 7대경관 선정은 1억표 이상의 투표실적을 올린 공무원들이 만들어낸 것 아니냐. 도민들은 이미 상당한 문제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단의 공신력 문제나 상술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 또한 누가 문제가 많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었겠나.

●농심계약, 일본수출 문제 등 삼다수 잡음이 만만치 않다.
초기 삼다수를 만들면서 걱정이 컸다. 우선 진로석수가 장악한 국내 시장진입 장벽을 허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제주도개발공사라는 공기업을 만들었는데 적자위험 부담감에 대형 유통회사와 상생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롯데·세모·대한통운·농심 등 4곳과 접촉했는데 결국 농심과 손잡았다. 안정궤도 진입 후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물류유통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자체 유통회사는 못 만들지 않았나.
1997년 농심과 맺은 5년 계약 후 2002년에는 자체 유통시스템이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농심과 다시 5년 재계약이 돼 버렸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2007년에 노예계약을 맺었다고 비판하는데 이미 2002년에 시작된 것이다. 어쨌건 상생해 왔던 기업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트램 도입을 두고 논란이 많다.
트램사업은 제주실정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다. 대중교통 활성화 목적은 좋지만 도내 자가용 증가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도 안됐다. 기존 버스·택시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우선이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 논의되는 게 순서다. 관광자원도 아니다. 홍콩이나 이태리 로마의 트램은 관광객이 아닌 빈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신 전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도민관심이 많다. 창조한국당 대표 출마 견해도 있던데.
그런 일은 없다. 지역정당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창조한국당과 손잡았다. 다른 목적은 전혀 없기 때문에 대표출마설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아도 좋다. 문제는 지역당 만들기 약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통합당 논의가 전개되는데 만일 이렇게 된다면 손을 놔야 한다. 국내 최초 지역정당 만들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내년 총선·대선이 있는데 제주의 총선은 어떻게 바라보나.
우리나라 총선은 ‘바람’으로 이뤄져 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군인’ 바람부터 김영삼 시대의 ‘민주화’ 바람, 김대중 시대의 ‘지역’(영·호남) 바람 및 ‘진보’ 바람, 이명박 시대의 ‘보수’ 바람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안풍’(안철수 바람)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바람이다. 현 정치는 새 사람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것에 휩쓸리지 말고 풍부한 경륜·경험·지혜를 갖춘 사람을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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