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허상수 교수, 특별법 전면 개정 제안

“해군기지는 생태·마을공동체 학살” 반대운동 연계도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제주4·3의 올바른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4·3특별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허상수 성공회대 교수는 26일 제주4.3평화재단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4·3특별법은 내용이 빈약하고 조문도 단 몇 개 조항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허 교수는 이날 ‘4·3특별법의 새로운 개정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김대중 정부 때 3대 인권법이 제정되면서 4·3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희생자 및 유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피해배상 관련 내용도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어 “미 군정과 대한민국 공권력에 따른 토벌대의 강경 진압과정에서 정당한 이유없이 희생당한 이들에 대해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4·3사건이란 막연한 이름 대신 ‘항쟁’이나 ‘민간인 학살 사건’ 등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국가폭력을 국가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정된 특별법안은 과거 잘못을 무마하는 데 맞춰져 있다”며 “책임자 처벌과 적절한 피해배상은 애초부터 반영되지 않고 위령사업과 약간의 생계지원으로 마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려면서 4·3사건 진상 규명의 연속성을 위해 △현행 4·3특별법의 명칭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특별법’으로 바꾸고 △법령에 희생자에 대한 피해 배상과 명예 회복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특별법안의 목적은 피해회복을 통한 인권신장 및 민주발전이라 규정하며 △진상 조사기구를 국회의장 산하에 둔 후 조사의 독립성과 활동을 강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상훈박탈과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허 교수는 “4·3특별법 전면개정운동을 위한 추진기구 구성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10여년 전 특별법 제정운동을 전개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도민들과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정·관·학계 주요 인사들도 허 교수의 주장에 공감했다. 김종민 제주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4·3에 대해 세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으며, 황요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는 “허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허 교수는 4·3특별법 개정운동과 연계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엄청난 민간인 학살을 당한 제주4·3항쟁의 역사적 경험으로 도무지 용납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허 교수는 이어 “자연생태와 마을 공동체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이나 마찬가지”라며 “4·3특별법 전면개정운동으로 군사기지반대운동에 동참, 평화운동의 의지를 천명할 때 비로소 진정성을 띤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운동으로 그 값어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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