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자전거 대여점 현승도씨

▲ 현승도씨
자동차보다 제주의 아름다움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
때로는 비도 맞고, 힘든 오르막, 편한 내리막···인생의 축소판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자신이 가는 길 모든 풍경이 기억에 남고 땀 흘리면서 밟는 페달도 추억이며 두 다리로 못갈 곳도 없다는 자신감을 길러주는 게 자전거 아닐까요. 자전거의 매력은 매 순간에 있어요”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 인근에서 자전거 대여점 ‘제주하이킹’을 운영하고 있는 현승도씨(45).

90년대 들어서 자전거 대여업이 생겨났지만 자전거 판매점에서 빌려주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자전거 여행객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현씨는 13년 전 지금의 자전거 여행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했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직접 자전거를 타고 수십 번 제주 일주를 했어요.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직접 몸과 마음으로 느낀 점들을 공유하기 시작했죠”

현씨가 자전거 여행 정보를 공개하고 나서 첫 해에 200여명의 자전거 여행객이 제주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차츰 입소문이 나게 됐고 최근에는 자전거 여행을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와는 달리 자전거의 평균 시속은 10km 이내에요.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러기에 제주의 비경을 속속들이 볼 수가 있죠.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찾은 분들은 또 다시 제주를 찾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현씨는 일주도로(180km)를 완주한 자전거 여행객에게는 완주증을 주고 있다. 또 이제는 완주증이 많이 알려져 완주증을 받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하는 관광객들도 생겨날 정도라고 말했다.

“자전거 여행을 하고 돌아오시는 분들은 힘들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잘 이겨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그 분들을 위해서 기념할만한 것을 생각하다 완주증을 만들어서 드리게 됐죠”

현씨가 말하는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자전거 여행은 여행객들이 직접 그리는 수채화 그림 같다고나 할까요.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구상과 계획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됩니다. 여행을 통해 각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과 같은 셈이죠”

전국적으로 자전거 인구가 5백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자전거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자전거를 통학용, 교통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고 성인들은 자전거를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자전거를 단순히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자전거를 판매하는 곳은 일부분이죠. 자전거 만큼 건강에 좋은 운동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씨는 자전거 인구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는 그나마 다른 시·도에 비해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이 외곽 지역에 집중돼 있어 여행이 아닌 평상 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불편할 수 밖에 없어요”

현씨는 1년 365일 중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고객의 일정에 맞춰서 쉰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언제 찾을 지 모르는 고객을 위해서라도 항상 가게 문을 열어놔야죠”

가게에는 수십 년이 지나 녹슬고 색이 바랜 골동품 자전거가 여러 대 전시돼 있을 만큼 현씨의 자전거 사랑은 엄청나다. 그만큼 자전거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

현씨는 “일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제주에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전거 여행은 때로는 비를 맞기도 하고 또 때로는 힘든 오르막을 오를 때도 있다. 그러다가 내리막길을 만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편하게 내려갈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은 인생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어요. 마치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점 때문에 자전거를 끊을 수 없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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