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지난기획/분석 생생교육
교육자의 '자부심' 대신 '눈치보기' 먼저[생생교육]<57>방과후학교 교사 의 이유있는 불만
교사 고용, 임금체계 학교장 맘대로
실적 채우기 탈피하고 '질'위주 체계적 시스템 갖춰야

<전문>매년 방과후학교는 성장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수업도 많아졌다. 덕분에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고 한다. 아이들도 학교수업서 채우지 못한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사교육 문제에 골머리를 앓던 교육기관은 ‘공교육 강화’에 한발 다가섰다. 그렇다면 방과후학교 교사는?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방과후학교를 만든지 올해로 5년. 방과후학교 교사가 생긴지도 5년째다. 우리는 이들을 교육자로 봐야할까? 단순 계약직 노동자로 봐야 할까? 일단 학교와 계약관계이니 ‘공교육 틀 안에서 교육 행위를 하는’ 교육자로 보는 게 맞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정확한 체계 없이 학교별로 다른 봉급이며 해당 학교 교사의 보조수업까지... 경쟁하듯 뽐내는 방과후학교 실적 너머 방과후학교 교사들의 이유있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방과후학교 교사 4년 경력의 A씨, 2년 반 경력의 B씨, 6개월 경력의 C씨를 만났다. 이들은 하나같이 “방과후학교 문제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그 ‘문제’를 물었다.

△방과후학교 현장에서 보이는 가장 큰 문제라 하면
A 가장 큰 문제는 방과후학교의 체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원한다지만 직접적인 관리는 않는다. 지원금을 각 지방도교육청에 보내면 도교육청은 학교에 이를 배분한다. 이때 방과후학교 관련 모든 권한이 학교장에게로 위임된다. 즉 학교장 재량으로 방과후학교를 구성하고 교사를 고용하고 임금체계를 정한다.

△임금체계가 학교별로 다 다른가?
A 4년 동안 여러 학교의 방과후학교 교사를 해왔지만 임금체계가 다 같진 않았다. 어떤 곳은 학생수가 많든 적든 월급으로, 어떤 곳은 학생수로, 또 어떤 곳은 시간당 수당으로 정해진다. 월급제의 경우엔 학생 10명을 하든 20명을 하든 30명을 하든 방과후학교 교사들의 월급이 같다. 고정적인 수입이라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다른 교사보다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선 불합리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수로 정하는 곳도 많다. 10명 얼마, 15명 얼마, 20명 얼마 이런 식으로. 그런데 상한선을 정해놓는다. 학생수가 40명을 넘어도 상한선이 ‘20명 50만원일 경우’ 그 이상은 주지 않는다.

B 학생수로 임금을 정할 경우엔 이런 문제가 있다. 만약 10명 미만일 경우 20만원인데 11명일 경우 30만원이면 단 1명 차이로 임금이 차이가 나버린다. 시간당 수당의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일주일에 2시간 정도 수업을 하면 생계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여러 학교를 순회하며 다니는 방과후학교 교사들도 많다. 그리고 모든 학교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임금에서 ‘관리비’명목으로 많게는 10%, 적게는 5%정도를 떼간다.

△관리비라 하면?
A 전기세 수도세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또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쓰는 학교에서는 이들의 월급을 방과후학교 임금에서 일정부분 빼서 채운다.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는 처음엔 없었다. 생긴 이유도 체계없는 방과후학교 시스템 문제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장에게 방과후학교의 모든 권한이 넘어가게 되니 방과후학교 관련 행정 정리 사항들을 일선교사 중에 한명이 담당하게 된다. 안 그래도 바쁜 교사 생활에 방과후학교 담당을 맡는다는 건 골칫거리인가 보다.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는지 일일이 체크해야하고 방과후학교 교사관리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생겨난 게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인데 이들 월급은 방과후학교 교사 월급에서 일정부분씩 모아서 채워진다. 학교가 맡아야 할 행정을 대신할 코디네이터를 구하면서 왜 방과후학교 교사들이 그들의 임금을 책임지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학교내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는 모든 수업 프로그램을 관리하나
C 열심히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떤 분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많다보니 방과후학교 관리는 소홀한 것 같다. 이를테면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1년 계획, 월계획, 주계획 이런 식으로 일지를 올린다. 그 안에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롤 수업을 할지, 어떤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칠지를 담는데 이를 자세히 보는 선생님들을 보지 못 했다. 결재해서 올리는 것에만 신경쓰는 것 같은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그 결재까지도 나에게 맡겨서 교감 교장에게까지 내가 직접 결재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수업 진행은 어렵지 않나?
B 예술담당 선생님들은 그런 경우를 많이 당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나가서 상받을만한 공모전이 있으면 담당교사는 해당과목과 관련된 수업의 방과후학교 교사에게 공모전 준비 수업을 해달라고 한다. 이미 이 방과후학교 교사는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에 맞춰 수업진행을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럼 공모전에 나갈 몇 명의 학생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게 되고 다른 학생들에겐 소홀해지게 되기도 한다. 만약 학교 전시회 같은 거라도 일정이 생기면 두어달을 방과후학교 선생님들도 같이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컴퓨터나 영어 같은 수업의 방과후학교 선생님들은 따로 계획한 수업 진행을 못 하고 자격증을 목표로 수업해야 하는 경우들도 많이 봤다.

A 나의 경우엔 학교 일선 교사의 수업에 대신 들어가 보조해준 적이 있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교사로 있을 때인데, 어느날 한 선생님이 자신이 오늘 가르칠 부분이 자신없는 부분이라며 그 수업에 들어와 대신 애들에게 가르쳐 달라더라. 항상 학교에서 뵙는 분이니 도와드렸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C 컴퓨터나 영어 같은 수업의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따로 그들이 계획한 수업진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자격증을 목표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들도 많이 봤다. 방과후학교 라는 게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자격증, 어학시험 준비에 치우친 수업들이 많다. 때로는 학생이 원치 않는 수업인데도 선생님들이 '이 수업 받아. 저 수업 받아' 강요하듯 방과후학교 수업에 애들을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 선택을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인가
B 방과후학교 실적에 더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쪼개서 이런 수업 저런 수업들을 되도록 많이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이때 최소학생수라는 게 채워져야 하는데 만약 최소학생수가 5명이라면 이 인원을 채우지 못한 수업은 개강하지 못한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강제반 권유반 이 수업 들어가라 저 수업 들어가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의 경우 자기가 원하는 수업이 아닌데 선생님이 보냈다며 내 수업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땐 참 방과후학교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수도권에선 학교와 사설학원이 연계돼 방과후학교 교사를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B 제주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사설학원과 연계해서 방과후학교 교사를 채용하기도 한다. 어차피 학생들 입장에선 같은 돈 받고 배우는 것이니 별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전문성의 문제가 있다. 일부 학원에선 전공자나 자격증 관련없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주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이 하나 둘 생겨나다보면 방과후학교는 부피만 커지고 내실은 없어질 수 있다. 요즘엔 해당과목 전공자나 교육관련 자격증 없이도 민간자격증 하나를 따서 방과후학교 교사로 임용되는 경우들도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의 질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단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에만 치중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교내 방과후학교 교사의 위치는 어떤가
C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특히 인기수업 선생님과 아닌 선생님의 차별이 크다. 인기수업의 경우엔 고정 교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은 대학도서관에서 메뚜기 뛰듯이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해야 한다. 계약직이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인, 이라는 자부심보다는 눈치를 보며 다녀야 하는 입장이다. 한 학기로 계약하든가 1년으로 계약하든가 계약기간이 짧기 때문에 언제 내 수업이 없어질지, 짤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만사항이 있어도 말 꺼내기 어렵다.

A 방과후학교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후한 것 같다. 현장에서 바라봤을 때 고쳐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말이다. 일단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학교내 일선 교사에게 그 행정적 부담을 넘길 게 아니라 도교육청이 직접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문광부에서 직접 고용하는 예술강사들은 학교내에서 위치가 다르다. 수업시수도 방과후학교 교사와 비슷하고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위는 방과후학교 교사와 크게 다르다.

B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방과후학교다. 그렇다면 사교육보다 더 나은 질을 갖춰야 하고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내실없이 일단 보여주기식으로 부피만 키우는 것 같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실적점수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데 말이다.

C 방과후학교라는 게 몇 년 유지되고 말 것이 아니라면 그만한 투자와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은 다들 쉬쉬 하지만 방과후학교 교사들의 불만을 살피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변상희  yellow003@jejudomin.co.kr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