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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찾는 한 이발소 지켜야죠”당신의 오늘은...이발사 김진우씨

▲ 김진우씨

41년 외길 인생 즐거움 나누려 이발 봉사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투박한 타일이 박힌 세면대, 세월이 깃든 면도날 손잡이 등은 과거에나 볼 수 있었던 이발소의 풍경이다. 이발소가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는 지금 제 시간과 제 장소를 지킨 채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발사가 있다.

제주시청 후문 인근에서 ‘종로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우씨(53).

“처음에는 목욕탕 안에 있는 이발소에서 종업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하다 보니 이발을 시작한지도 벌써 41년이 넘었네요”

김씨는 서귀포와 한림에 있는 목욕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이발 기술이 늘게 됐고 13년 전 지금의 자리에서 이발소를 개업하게 됐다.

“70년대에는 대부분의 집이 가난했잖아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고 저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밖에 다닐 수 없었어요. 그래서 13살부터 이발을 시작하게 됐죠”

손님이 이발소를 찾으면 김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가위 한 자루와 빗만으로 멋들어지게 손님의 머리를 자르고 난 후 면도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한다.

“가끔 염색이나 면도를 따로 부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커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면도는 그냥 서비스로 해드리는거죠”

문득 ‘종로이용원’이라는 가게 이름의 의미가 궁금했다. “전국적으로 명동이나 을지로 같은 이발소는 있지만 종로는 없더라구요. 심지어 종로에도 종로이발소는 없었어요. 그래서 종로이용원이라고 짓게 됐죠. 가끔은 종로에서 이발하다 왔냐고 물으시는 손님도 계시는데 그럴 때는 한술 더 떠 종로에서 왔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에도 김씨는 쉼 없이 손님과 인생얘기를 나눈다. “형님, 우리집 4형제는 모두 백발이고, 심지어 어머니까지 백발인데 외삼촌이나 이모는 그렇지 않네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어떤 날은 경제 얘기를 할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정치 얘기가 오고 가기도 하죠"

김씨는 정기휴일인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이른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목욕탕에서 일할 때부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베다 보니 새벽부터 가게 문을 열고 있어요. 일부러 새벽시간에 이발소를 찾으시는 손님도 계신데 제가 게을러지면 안되죠”

40년 넘게 이발을 하다 보니 김씨의 이발소에는 단골손님이 무려 300명이 넘는다.

“사실 이발소를 찾는 분들 모두가 단골손님이에요. 목욕탕에서부터 머리를 자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찾아주는 손님도 계신데 그럴 때 마다 뿌듯합니다”

김씨는 한달에 한번 노인들을 위해 동사무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다. 또 시간이 날 때는 직접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이발봉사를 하기도 한다.

“저는 제 직업이 즐거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즐거움을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눠주기 위해 이발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앞으로 80살까지는 이발소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씨는 “무엇이든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지금쯤 와 보니 친구들은 놀아도 저는 전문직이라 아직 일할 수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은  dongs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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