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가방가게 전황우씨

▲ 전황우씨
상품이 아닌 마음을 팔아
믿을 수 있는 물건 팔기 위해 최선 다해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중앙로 사거리 인근 가방가게에 가면 하루 종일 "드르륵" 여행용 캐리어 바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방은 용도에 따라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잖아요. 캐리어에는 이동이 쉽도록 바퀴가 달려있고, 책가방에는 편하게 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어깨끈이 달려 있어요. 그런 점이 가방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제주시 중앙로에서 가방전문점 ‘KGB’를 운영하고 있는 전황우씨(41).

“처음에는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했었어요.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됐고 우연히 아내의 고향인 제주로 내려오게 됐죠”

전씨의 가게는 여행가방인 캐리어를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외에 용도별 가방과 지갑· 벨트 등도 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손님 연령층이 다양하다.

전씨는 15년 전 지금의 자리에서 ‘KGB’라는 이름으로 가방가게를 열었다. 전씨에게 가게 이름의 의미를 물어봤다.

“과거에는 제 꿈이 군인이었어요. 그래서 러시아 첩보원을 뜻하는 KGB를 간판으로 내걸었죠. 그런데 어느 날은 손님께서 가게 이름의 의미가 가방·지갑·벨트의 약자가 아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 의미로 설명하고 있죠”

장사를 오래하다 보니 단골손님도 많다. 최근에는 추자도에 살고 있는 단골손님이 생선을 잡아서 보내준 적도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가게를 찾았던 여고생 수정양은 성인이 돼 가족에게 소개해 이제는 온가족이 단골손님이 됐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수정양의 오빠가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에도 다녀 왔어요.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처럼 저도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닌 마음을 판다고 생각하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씨는 이제 국내 항공사에도 캐리어를 납품하고 있다.

“운반과정에서 파손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는 고객님들이 저희 가게의 캐리어를 사용하게 되는 거죠. 마진은 덜 남아도 손님들의 믿음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하는 전씨.

전씨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장사를 하고 있다. 15년 동안 쉬어본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장사를 시작한 이래 쉬어본 적이 아마 열흘이 안 될 거에요. 예전에 너무 힘들고 어려운 기억이 있어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일하다 보니 어느 날은 강원도 모교의 은사님이 우연히 가게를 찾으셨어요. 수학여행 왔다가 가방을 구입하러 왔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때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팔고 있는 제 자신이 뿌듯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씨는 장사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원칙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방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소중한 물건이에요. 마진을 덜 남기더라도 싸고 좋은 물건을 많이 파는 게 저의 원칙입니다. 앞으로도 항상 믿을 수 있는 물건만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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