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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새기면 평생 쓸 수 있는 게 도장이죠”당신의 오늘은...도장 인생 30년 박효민씨

▲ 박효민씨
도장덕에 일이 잘 풀렸다고 할 때 보람 느껴
인장가의 체온이 스며들어 하나뿐인 도장 탄생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제 도장 덕에 사업이 잘 되거나 일이 잘 풀렸다면서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제주시 건입동에서 도장집 ‘훈민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효민씨(52).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법한 것이 도장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도장은 서서히 잊혀지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박씨는 30년이 넘도록 도장을 새기고 있다. 지체 장애 1급을 가지고 있는 박씨는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도장 새기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도장 새기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동네 점포에 찾아가서 가르쳐 달라고 매달렸죠. 그 때부터 도장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박씨가 도장을 새기는 데 필요한 것은 도장칼 한 자루와 도장을 고정하는 지지대가 전부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도장을 부탁한 손님의 이름 세글자를 새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밖에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앉아서 생활하는 일이 많다보니 칼로 지우개 조각을 하기 시작했죠. 아마 그 때부터 소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편리하게 컴퓨터를 이용해 기계 도장을 새기는 게 대세인 반면 박씨는 30년 동안 직접 수조각을 새기는 ‘손도장’ 만을 고집하고 있다.

“컴퓨터로 새길 경우 글씨체가 전부 비슷하게 나와요. 하지만 손도장은 똑같은 글씨라도 새길 때 마다 다른 느낌이 나거든요. 게다가 도장을 새기는 인장가의 체온이 스며들기 때문에 세상의 단 하나뿐인 도장이 탄생하게 되는거죠”

최근에는 도장을 새길 수 있는 곳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인장협회에 등록이 돼 있어야 도장을 새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신고만 하면 누구나 도장을 새길 수 있다. 또 컴퓨터가 보급되다 보니 열쇠집이나 문방구에서도 도장을 새길 수 있게 됐다.

“도장이 반듯하게만 나오면 상관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컴퓨터가 보급되다 보니 가격도 오르게 됐고 위조 도장들도 생겨나고 있어 걱정이죠”

박씨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장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도장 날인을 사인으로 대체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도장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을 하거나 업종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졌죠. 수입이 예전보다 절반으로 줄었으니까요”

하지만 박씨는 오늘도 꿋꿋하게 도장을 새기고 있다. 또 오래하다 보니 단골손님 역시 많다고 말했다.

“정성껏 도장을 새긴 후 도장을 받은 단골손님들은 다른 분들에게 자랑을 하신다고 해요. 그러면 또 다른 분들이 찾아오시는데 그 때마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죠”

박씨는 지금도 도장기계회사에서 기계를 구매하라는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씨는 단호하게 기계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손으로 새기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얼마 전 방문한 손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도장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증표나 다름 없는데 컴퓨터로 새기면 그 사람의 개성이 사라진다고요”

박씨는 이어 “지금까지 도장을 새기는 일에 있어서 후회를 해본 적이 없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항상 긍정적이에요. 앞으로도 도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손도장을 새기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은  dongs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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