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졸업생 첫 배출…2000명과 경쟁해야
대형 로펌 ‘하늘 별따기’ 불안감 ↑

제주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중인 고대용씨(가명·43)는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3년전 로스쿨 1기에 합격했을때만 해도 고씨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고씨는 서울 유명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번번히 시험에 떨어졌다. 그러던중 고시생들에게서 로스쿨을 나오면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2009년 3월 제주대 로스쿨 1기생으로 입학했다.

2년10개월여가 흐른 지금, 고씨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상위 30%이내의 학점, 900대 후반의 토익점수 등의 ‘스펙’을 갖췄지만 정작 갈 곳이 없어 걱정이다.

내년이면 고씨같은 로스쿨 1기 1500여명이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첫 발을 내딛는다. 2009년 로스쿨 1기로 입학한 학생들이 내년 1월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있다.

제주대 로스쿨 1기 졸업생은 30여명. 이들 역시 좁은 취업문 앞에 서 있다. 법무부는 2012년 로스쿨 졸업생 2000명중 75%인 1500명과 사법연수생(사법시험합격자) 1000명을 합쳐 2500여명의 신규 법조인을 배출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해 2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취업 재수 변호사까지 합하면 로펌(법률회사) 입사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특히 로스쿨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김앤장·태평양·광장·세종 등 상위 대형 로펌은 로스쿨생에 대해 현재 120~150여명 정도 채용 계획을 세워 살인적인 취업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형 로펌이 로스쿨생들에 대해 사법연수원 졸업생의 70~80%를 연봉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로스쿨생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로스쿨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훨씬 심각하다. 실제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껴 자퇴를 하거나 고려중인 학생들이 상당수다.

제주대는 로스쿨 1기생의 경우 40명(입학인원)을 선발했지만 3명(2009년 기준)이 자퇴했으며, 지난해 기준 전체 로스쿨(1~3학년) 학생 80명중 8명이 자퇴 또는 휴학했다.

자퇴를 고민중인 강모씨는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 공급 과잉 탓에 지방대 출신으론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자퇴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라며 “사법시험을 위해 들인 돈과 시간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불안감은 ‘처우’에서 더해진다. 취업과 직결되는 로펌 실무수습생 선발과정에서마저 이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로펌 실무수습 현황자료에 따르면 변호사수 100명 이상인 국내 8대 주요로펌의 실무수습 기회가 10명중 9명꼴(91.9%)로 서울소재 로스쿨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대 로스쿨은 지난 2009년 개원 이후 대형로펌에 단 한명의 실무수습생도 보내지 못했다. 정원이나 과정 등 동일한 조건임에도 실무수습 기회를 얻지 못해 지방 로스쿨 학생들은 학기마다 정해진 인원을 선발하는 국가기관의 실무수습생 모집에 매달리고 있다.

김형주 전국로스쿨학생대표(제주대 로스쿨)는 “지금 상황이라면 로스쿨생들이 모든걸 쏟아부으면서 로스쿨에 입학한 의미가 없다”며 “로스쿨 제도가 도입 취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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