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맞춤양복점 김재민씨

▲ 김재민씨
고객이 만족 느낄 때 가장 행복해
제주에 의상박물관 만드는게 '꿈'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고객이 옷에 만족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찾아주시고, 저도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제주시청 인근 모퉁이에서 맞춤양복점 ‘제일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민씨(56).

김씨가 맞춤양복점을 시작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맞춤양복 기술만 배우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는 얘기를 듣고 맞춤양복점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씨.

“이전에는 인천에서 맞춤양복점을 10년 정도 했었어요. 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됐고 결국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던 참에 제주도에 잠깐 내려오게 됐는데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서 완전히 정착하게 됐죠”

하지만 처음 제주도에 내려오고 나서는 막연한 생각밖에 없었다고 한다. 배운 거라고는 맞춤양복 기술밖에 없었고, 제일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다시 맞춤양복점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들 제가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밥 먹고 살 수 있겠냐고 했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김씨는 20년 전 지금의 자리에서 제일사라는 이름으로 맞춤양복점을 열었다. 가게 이름의 의미를 물어보자 “바지·자켓·수선·양복점 등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어울렸고, 제일 싸다는 의미도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의 맞춤양복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항공사 기장복, 법원 판사복, 유도복, 심판복 등의 옷들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양한 옷을 만들다보니 맞춤양복에 집중할 수 없었고, 옷을 만드는 김씨와 옷을 입는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돼 맞춤양복에만 전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맞춤양복은 고객의 치수를 재고 옷 제작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옷이 완성되고 고객이 입었을 때는 무언가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죠. 사이즈는 잘 맞지만 태가 안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사이즈의 양복 샘플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보통 기성복의 경우 3가지 사이즈가 대부분이지만 김씨는 무려 25가지 사이즈의 양복 샘플을 만들었다.

“고객이 방문하면 다양한 사이즈의 샘플을 입어보고 가장 태가 나는 옷에 맞춰 재단을 하게 됩니다. 또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김씨는 기성복과의 경쟁에 있어서도 자신이 있다고 한다. 기성복에 비해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품질에 있어서 평생 보증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내비쳤다.

“맞춤양복은 기성복이 따라올 수 없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단 한분의 고객을 위한 옷이에요. 그래서 옷을 만들 때도 항상 고객을 생각하면서 만들고 있습니다”

김씨의 맞춤양복점에는 재단·셔츠·바지·자켓 등 각자의 분야를 맡고 있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이 일한지 어느 정도 됐는지에 대한 물음에 “직원이 아니고 전부 사장"이라며 "다들 자기 분야의 책임자이자 사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맞춤양복점을 오래 하다 보니 “저 양복점 정말 오래된 것 같은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서울에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아들이 최근 맞춤양복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며 “기술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아들한테도 젊었을 때 많은 경험을 해보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목표의 끈만 놓지 않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그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제주에 의상박물관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각양각색의 박물관이 있지만 의상박물관은 볼 수가 없잖아요. 멋있는 박물관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의상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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