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는 관광을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의 중추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이름으로 세계를 향하고 있지만, 항상 2%가 부족하다. 그것은 아마도 외자유치의 외향성에 초점을 맞추고는 골프장이나 리조트타운 같은 인위적 기반 구축에 치우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내향성이라는 관점에서 국제자유도시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보면, 제주의 미래는 오히려 생태를 품에 안고 사는 농어촌 삶의 질에서 찾게 된다. 그것은 인위적 개발을 거부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라는 게 아SAL은 물론이다. 그것은 마치 어린애를 키우는 것처럼 또는 환자를 돌보는 것처럼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요청한다. 자연의 선순환성에 주목하고 산업화의 공해로부터 벗어나는 청정과 원초성을 가꾸는 데 초점을 둔다. 

일상의 맛과 멋이 관광을 살린다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은 공생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주의 미래를 읍면 지역의 농어촌 삶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시작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적 선순환 가치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농어촌 삶에서 미소와 행복을 찾지 못하면서, 어떻게 제주를 찾아오는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제주를 사랑하고 아껴달라고, 또 체류하는 동안 행복하게 지내라고 요청하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농어촌의 토착 먹거리가 불결하거나 또는 농어촌 주민의 삶에서 살기 힘들어 헉헉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관광객이 제주 체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겠는가.

관광은 이렇게 다면적이고 총체적이다. 자연과 사람이 한 데 어우러져 사는 일상에서의 맛과 멋이 있어야 관광이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도시의 편의와 흥취만이 아니라 농어촌 삶의 여유와 녹색의 정경이 함께 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농어촌을 살리는 변두리 회생 정책은 기실은 도시 심장의 기능을 강화해 주고 도농이 상생을 도모해 나가는 기획이 된다.

공생 가치 찾는 아름다운 시도

인간과 자연의 선순환을 잇는 하나의 고리로 농어촌 폐교 재생작업이 널리 각광을 받고 있다. 버려진 옛 공간이 마을 주민의 칠순잔치를 하고 음악회를 여는 문화공간인가 하면 환경교육과 박물관 전시의 체험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옹기를 만들고 갈옷을 제작하면서 농어촌 삶에서도 풍요와 보람을 챙기려는 농어촌 마을 만들기의 하나로 제주에서도 27개의 폐교가 각기 다른 취지와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자연생태문화체험지로 이미 소문이 나 있는 대정읍 무릉동분교장과 학생들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대안학교로 자리하고 있는 성산읍 난산분교장이 대표적인 교육 및 수련시설이다. 성산읍 산달초교의 갤러리 두모악은 김영갑 작가의 제주 풍경 사진을 전시하는 곳으로 관람객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당연히 제주전통 의류인 갈옷을 연구·전시하고 만들어 팔기도 하는 한림읍 명월초교의 몽생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폐교 활용은 농어촌 삶에서 의욕을 북돋아가려는 조그마한 몸짓이다. 이렇게 폐교가 재생되고 활력을 찾아가는 것도 우리의 농어촌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만큼이나, 국제자유도시의 미래 가치는 외적 개방만이 아니라 내적 재생에서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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