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중구 교수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기금 조교수
신경중재, 경동맥협착, 뇌졸중․뇌혈관질환, 두통, 현훈 의식장애 등 분야

제주대병원 신경과 김중구 교수
제주대병원 신경과 김중구 교수

한라산에 첫 눈이 내렸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 염려가 더 커진다.

직장인들에게는 해가 짧아져 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막막하다.

김중구 제주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18일 인터뷰를 통해 “50대 중반부터 발생빈도가 높은 뇌졸중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의학상식인 겨울철 뿐만 아니라 사계절 모두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리고 뇌졸중은 심하게 올 경우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하는 등,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의를 강조했다.

곧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은 초기 증상을 잘 인지해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뇌졸중은 어떤 질환이고, 어떤 사람들이 주의해야 하는지?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으로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것을 출혈성 뇌졸중(뇌출혈),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것을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라고 한다. 전체 뇌졸중의 약 80% 이상이 뇌경색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뇌졸중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2014년 55만4000명에서 2018년에는 62만1000명까지 늘어나 5년 만에 12%가 증가했다. 고령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뇌졸중은 영구적인 장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고령에서 단일질환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 1,2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뇌졸중은 나이가 들수록 현저하게 증가해 55세가 넘으면 매 10년마다 발생률이 2배씩 증가한다. 이외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신부전 등의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하고, 과거 뇌졸중을 겪은 환자도 재발 위험성이 높다.

Q.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뇌졸중이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겨울에 뇌졸중이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뇌졸중은 1년 동안 어느 때라도 발생하고, 발생 빈도도 겨울이 더 높다고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계절에 따른 뇌졸중의 발생 양상은 다를 수 있다. 여름에는 혈관이 확장되고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기 쉽기 때문에 대뇌혈관의 협착이 있는 경우 뇌경색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기 쉽다. 겨울이 되면 반대로 혈관이 수축하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심장 부정맥 등에 악영향이 발생해 심장색전성 뇌경색이 발생이 높아진다는 보고들이 있다. 따라서 뇌졸중은 4계절 모두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다.

Q.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초기 증상이 있는지? 초기 증상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방법은?

-정상적인 일반인이 뇌경색으로 의심되는 초기 증상을 판단하기 위해 FAST를 활용할 수 있다. F는 FACE로 한쪽 얼굴에 안면 떨림과 마비가 오는지, A는 Arm으로 팔, 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지는지, S는 Speech로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어눌한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T는 Time으로 증상이 발생하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119에 신고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뇌경색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첫번째는 증상 발생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치료를 받았는가이고, 두번째는 막힌 혈관의 재개통에 성공했는가입니다. 혈관이 막혀서 뇌경색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매 시간 당 1억2000만개의 뇌세포가 죽고, 평균 3.6년이 더 늙게 된다. 예를 들어 뇌경색 발생 후 5시간 만에 오더라도 6억 개의 뇌세포를 잃고, 자기 나이에서 18년이 더 늙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뇌경색 증상이 의심되면 바로 119를 통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의 응급실로 신속하게 내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병 후 1시간 30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장애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3배 가량 높지만, 3시간이 넘어가면 그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Q. 뇌졸중의 표준적인 치료 방법과, 최신 치료 동향은 어떠한지?

-뇌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막힌 혈관을 확인하고, 재개통을 위한 치료를 하게 된다. 과거에 혈관 재개통을 위해 사용해 온 혈전 용해제는 증상 발생 이후 4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한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대혈관이 막힌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대혈관이 막힌 뇌경색 환자에서 기계적 혈전 제거술이 효과적이고 안전성도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보고된 바 있다. 기계적 혈전 제거술은 혈관 내 직접 기구를 집어넣어 기계적으로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로, 재개통에 성공할 경우 환자의 증상을 현저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 게다가 환자에 따라 다양한 조건이 있겠으나 혈전 제거술이 효과적인 시간도 최대 24시간까지 확대됐기 때문에, 환자가 빨리 응급실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과거에 비해 더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계적 혈전 제거술은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장비는 물론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한 시술이기 때문에 뇌혈관 질환 치료가 가능한 대형 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언어장애, 편측 팔다리 마비, 의식장애 등이 발생했다면 뇌경색을 의심하고, 최대한 빨리 119를 통해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대형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Q. 뇌졸중은 재발도 잦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은?

-한번 발생한 뇌경색이 해결됐다고 해서 원인 질환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뇌경색의 위험성은 계속 남아있게 되고, 한번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오히려 위험성이 더 높다. 때문에 뇌경색의 발생 기전에 따른 예방 약물을 복용해야 하고, 이외 동반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기저 질환에 대해 단순히 약물 치료를 넘어서 적절히 조절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유발하며 약물 치료에도 저항이 발생하고, 수면 시에도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해 야간에 발작적인 고혈압이나 뇌압 상승을 일으켜 뇌경색의 위험성을 현저하게 높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체중만 적절하게 조절해도 재발 위험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교수님이 근무하시는 제주대학교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의 치료 프로세스와 장점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제주대학교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는 2008년 11월 지정되어 현재까지 많은 프로세스 점검과 혁신을 통해 최선의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풍부한 전문 인력을 보유했다는 것이 장점으로 신경과 전문의 9명, 신경외과 전문의 5명, 신경영상 전문의 2명 등 서울의 대형병원에도 부족하지 않은 뇌 질환 전문가들이 진료를 하고 있다. 또 급성 뇌경색이 발생했을 경우 막힌 혈관을 재개통 하기 위한 시술이 가능한 전문의도 3명으로 24시간, 365일 대기하고 있어, 전국 어느 병원보다도 빠르게 혈관 재개통 시술이 가능하다.

더불어 도내에서 유일하게 다른 진료에는 참여하지 않고 급성 뇌경색 환자의 시술 후 치료를 담당하는 신경계 중환자 전문의와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Q. 제주도에 뇌졸중 전문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얼마나 있는지? 대도시 대비한 차이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도내 뇌졸중 전문 치료병원은 제주대병원, 한라병원, 한국병원, 한마음병원, S중앙병원, 서귀포의료원 정도가 있다. 도내 병원에 모두 의료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증상 발생시 신속하게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다만 증상이 심하고 혈관 재개통 시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진료 인원과 시설이 갖춰진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제주도는 국내 다른 지역 대비 병원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지 않고, 교통 체증도 대도시에 비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 발생 시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Q. 뇌졸중, 특히 뇌경색은 4시간 30분이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어떤 질환보다도 빠른 치료가 중요한 질환인데, 현재의 응급 시스템이나 치료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신다면?

-소위 말하는 ‘응급’ ‘급성기’ 질환들이 많이 있지만, 뇌졸중은 심근경색과 더불어 유이하게 초급성, 초응급질환이다. 따라서, 의료진들이 1년 365일 24시간 당직 대기를 해야 하고, 환자가 내원 시에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빠른 검사와 치료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급성 뇌졸중을 담당하는 많은 의료진들은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한 채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40시간 근무가 대세가 됐고, 전공의들도 80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않지만 뇌졸중 전문의들은 환자가 많은 주에는 주당 100시간씩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근무에 대한 보상이나 인력 지원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어서, 정부에서도 초급성기 중증질환에 대한 인력 지원과 보상 등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국민들에게 뇌졸중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다면?

-뇌졸중이 심하게 올 경우 환자가 사망하지 않더라도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하는 등,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가족들이 이런 환자를 간병하기 위해 희생하는 금전적, 시간적, 육체적 소모도 상당하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겠고,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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