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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경찰 ‘채증’ 이대로 괜찮나?기자회견·평화미사 가리지 않고 무차별촬영
신분공개 요구에는 ‘묵묵부답’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경찰의 무차별 채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강정마을에서 진행된 기자회견·평화미사 등의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이 빠지지 않아 참가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진행된 강정마을회·범대위 등이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하자 경찰은 불법집회로 규정하면서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강정마을회 등은 기자회견만 진행하고 해산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이들은 포위했고, 곧이어 “채증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캠코더 등이 올라와 채증을 시작했다. 경찰은 경찰버스 안에서도 창문 사이로 카메라를 내밀고 채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 "채증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경찰 무리 속에서 카메라와 캠코더가 솟아올랐다.

고명진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기자회견만 하고 해산하겠다고 하는데도 경찰이 너무 지나치게 채증을 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공사나 경찰의 공무를 방해한 것도 아닌데 경찰이 채증을 하면서 오히려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뿐만 아니다. 경찰은 강정마을에서 진행되는 각종 기자회견·평화미사 등의 현장에서도 수시로 채증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이 구럼비바위를 부수는 공사를 강행한 20일에는 공사장 입구에서 평화미사가 진행됐다. 종교활동이었음에도 경찰의 채증은 빠지지 않았다.

▲ 종교활동인 평화미사에도 경찰의 채증은 빠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으로 펜스공사가 진행된 지난 2일에는 강정마을 일대에서 채증이 무차별 진행됐다. 중덕삼거리로 향하는 길에서는 경찰통제에 시민들이 항의하자 채증이 이뤄지기도 했다.

경찰 간부의 “채증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캠코더·카메라 등이 솟아올랐고, 한 경찰관은 “채증해서 체포하면 되니까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있던 문정현 신부는 “우리 겁주는 거야. 채증해서 다 잡아가려는 거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강정주민·활동가들은 경찰의 채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채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강정주민·활동가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증을 진행하는 경찰은 채증을 당하는 당사자의 신분·소속·성명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활동가 박모씨(31)는 “채증을 하고 있는 경찰에게 신분과 성명을 밝히기를 요구해도 이에 응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는 것 같다”며 “찍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욕하고 강압적으로 나오면서 일부러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의 채증은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다. 본인 동의 없는 촬영이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채증은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해야 하고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때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대법원은 지난 1999년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서 현재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이고, 증거 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을 경우에만 영장 없는 사진촬을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강정마을의 각종 기자회견·평화미사가 긴급할 필요성이 인정될 정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경찰은 채증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기를 꺼린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법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채증을 하지만 검토후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바로바로 삭제하고 있다”며 “채증을 진행하는 경찰이 소속을 밝히는 것이 맞지만 혼란한 현장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21일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는는 집회·시위등의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을 진행하고, 채증사진 전시회까지 연 서울지방경찰청 이성규 청장과 정보1과장을 직권남용·비밀누설죄 및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같은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각종 첨단 카메라로 무장하고 당연한 듯이 채증하고 있다”며 “경찰의 도가 넘은 채증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찰의 채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찰이 버스안에서 창문 사이로 카메라를 내밀고 채증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길홍  kang@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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