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의 눈물·혼다의 무회전킥·수아레스의 손·오심에 무너진 잉글랜드와 멕시코···

‘인민루니’ 정대세의 뜨거운 눈물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북한대표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대단했다.

정대세(26·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지난 달 16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국가가 연주되는 도중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이 중계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방송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대세는 “우리 국가를 들었을 때 우리 꿈이 정말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에 겨웠다”고 눈물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금발의 혼다, 무회전 프리킥으로 강인한 인상 심어

일본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 혼다 게이스케(24·CSKA 모스크바)는 지난 달 25일 러스텐버그 로얄 바포켕 경기장에서 벌어진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 골을 성공해 일본의 3대1 승리와 함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무회전 프리킥 한 방으로 혼다는 일약 유럽 명문클럽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다.

우루과이 수아레스, 내가 진짜 ‘야신상’ 후보

우루과이는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40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올랐다. 루이스 수아레스(23·아약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우루과이는 7월3일 열린 가나와의 8강전에서 연장전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이자 한국과의 16강전에서 결승골 포함 2골을 터뜨린 수아레스는 머리와 발이 아닌 손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지난 3일 가나와의 8강전에서 1대1로 맞선 연장 후반 14분. 가나의 프리킥 상황에서 스테판 아피아(30·볼로냐)의 1차 슈팅을 무릎으로 막아낸 뒤 이어진 도미니크 아디이아(21·AC밀란)의 헤딩 슈팅을 두 손으로 쳐냈다.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아사모아 기안(25·스타드 렌)이 실축해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는 4대2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의 영웅은 단연 레드카드를 받은 수아레스였다.

뉴질랜드, 역사적인 첫 승점 획득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8위의 약체 뉴질랜드는 지난달 15일 벌어진 슬로바키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윈스턴 리드(22·미틸란드)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리드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로 뉴질랜드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승점 1점을 올렸다.
지난 1982스페인월드컵에 이후 본선 재도전 28년 만에 첫 승점을 올린 것이다. 뉴질랜드는 이탈리아, 파라과이, 슬로바키아와 한 조에 속해 3무로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다. 뉴질랜드 정부는 선수단을 위한 귀국 퍼레이드를 준비하기도 했다.

첫 아프리카 월드컵, 첫 골은 아프리카 선수가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첫 골을 신고한 선수는 개최국 남아공의 시피위 차발랄라(26)였다.
차발랄라는 지난달 11일 열린 멕시코와의 남아공월드컵 개막전에서 후반 10분 완벽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작렬해 이번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상대 골문 오른쪽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왼발 슛으로 남아공월드컵 공식 1호 골을 넣었다.

미국의 영웅은 역시 ‘도노반’

랜던 도노반(28·LA갤럭시)은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다. 도노반은 지난달 23일 벌어진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어 미국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같은 시각, 잉글랜드가 슬로베니아를 1대0으로 제압한 탓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경우, 미국은 고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할 상황이었다. 이 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기적이 일어났고 주인공은 에이스 도노반이었다. 도노반은 후반 46분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땅볼 크로스가 혼전 중 흘러나오자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어 득점으로 연결했다. 미국 축구역사에 길이 남을 골이 도노반의 발끝에서 나온 순간이었다.

이니에스타의 오른발, 조국에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다

스페인은 지난 12일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 경기장에서 벌어진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니에스타(26·바르셀로나)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0대0으로 팽팽하던 승부는 연장 후반 11분, 이니에스타의 오른발에서 갈렸다.
네덜란드의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 있던 이니에스타는 세스크 파브레가스(23·아스날)의 패스를 발 앞에 떨어뜨린 뒤 반대쪽 골대로 향하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116분의 답답함을 날려 버리며 조국 스페인에 월드컵 사상 첫 우승을 안겼다.

오심에 무너진 잉글랜드와 멕시코

잉글랜드와 멕시코는 16강전에서 나란히 오심의 희생양이 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잉글랜드는 독일과의 16강전에서 1대2로 뒤지던 전반 38분 프랭크 램파드(32·첼시)의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듯 했으나 오심으로 모든 것을 날렸고 결국 1대4의 대패를 맛봤다.
프랭크 램파드(32·첼시)의 중거리 슛이 골라인을 통과했지만 이를 보지 못한 호르헤 라리온다 주심은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독일 수비 진영의 마우리시오 에스피노사 부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멕시코 역시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예상치 않은 오심으로 급격히 집중력을 잃어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오프사이드였음을 알 수 있는 리플레이 장면이 나오자 멕시코 선수들은 주심과 부심을 향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판정의 번복은 없었다.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치명적인 오심들이었다.

‘삼바군단’ 물 먹인 펠리페 멜루

펠리페 멜루(27·유벤투스)는 6번째 월드컵 우승을 노리던 ‘삼바군단’ 브라질 동료들에게 물을 먹였다.
지난 2일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멜루는 후반 8분 네덜란드 베슬리 스네이더르(26·인테르 밀란)의 크로스를 걷어내려고 했지만 실수를 범해 자책골이나 마찬가지인 골을 허용했다. 당시 멜루의 자책골이 선언됐다가 이후 FIFA의 최종 검열에서 스네이더르의 골로 인정돼 자책골의 멍에는 씻을 수 있었다. 이어 멜루는 후반 28분 아르연 로번(26·바이에른 뮌헨)의 돌파를 저지하던 과정에서 파울을 범한 뒤 쓰러져있던 로번을 밟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브라질의 최후를 알리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페널티킥 실축도 사이좋게(?)

스페인과 파라과이는 지난 4일 8강전에서 90%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한다는 페널티킥을 나란히 실축해 눈길을 끌었다. 그것도 3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파라과이는 후반 14분 오스카 카르도소(27·벤피카)가 코너킥 과정에서 제라드 피케(23· 바르셀로나)의 파울을 유발해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29·레알 마드리드)가 카르도소의 페널티킥을 잡아내는 선방을 펼쳤다.
위기를 넘긴 스페인은 3분 뒤인 후반 17분 페널티킥 기회를 맞이했다.
키커로 나선 사비 알론소(29·레알 마드리드)는 골키퍼 후스토 비야르(33·바야돌리드)의 방향을 완벽하게 속이며 골을 성공시켰지만 주심은 알론소가 킥을 하기 전 스페인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재차 페널티킥을 지시했다.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 알론소는 첫 번째 슈팅과는 반대 방향인 오른쪽 구석을 겨냥했지만 비야르 골키퍼는 두 번 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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