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짜장볶는 청년 김관형씨

 ▲ 김관형씨
중식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한식에서 전환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 밤낮 연습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제주시 신촌에서 조그마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관형씨(27·남).

짜장의 주재료인 양파가 좋아야 짜장면도 맛있다고 말하는 김씨는 양파를 까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차이니스 레스토랑 최연소 주방장이었던 김씨는 지난 5월 잘 다니고 있던 레스토랑을 관뒀다. 주방보조부터 시작해 조리장을 거쳐 주방장까지 힘들게 올라갔던 김씨가 레스토랑을 그만두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차려먹기 귀찮거나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싶을 때 중국집에서 시켜먹잖아요.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짜장면도 충분히 고급 요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을 찾아주시는 손님들께서 제가 만든 짜장면을 너무 맛있게 드셨어요. 하지만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라는 특성상 일반 중식당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만들던 짜장면을 저렴한 가격에 손님들께 선보이고 싶어서 개업하게 됐다”며 중식당 개업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처음부터 중식요리를 만들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다양한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리사를 본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텔조리과에 진학하게 됐다.

졸업 후 한식 요리를 하던 김씨가 갑자기 중식을 택하게 된 이유는 중식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화교들이 중식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중식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화덕 앞에서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요리사들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화덕 앞에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까 너무 설레였어요”

김씨는 중식요리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중식에서 쓰이는 면을 뽑는 면판(중식의 처음 단계)부터 시작했다. 쫄깃한 면발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한시도 면에서 눈을 떼면 안된다고 말하는 그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제가 화덕에서 팬을 잡고 있더군요. 제가 원하던 꿈이 이뤄진 것이죠. 그때부터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중식당을 개업한지 3개월이 조금 넘었다고 말하는 김씨는 처음에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본래의 짜장면 맛에 익숙해 있어서 자신이 만드는 짜장면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입맛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아이들은 제가 만드는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못 먹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그때부터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레시피 개발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처럼 이제는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정기적으로 독거노인들에게 짜장면을 대접할 수 있는 시간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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