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수렁 <2>빚내는 제도
높은 이자율·문턱높은 조건
등록금 부담완화 커녕 ‘가중’

전문>전국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외치고 있다. ‘등록금’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고통의 수렁’이다. 도내 학생들에게도 등록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본보는 2회에 걸쳐 학자금대출 현황과 제도적 문제점을 짚는다.

[제주도민일보 오경희 기자]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들이 최후에 선택하는 등록금 마련책이다.

본보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시한 도내 5개 대학 ‘2010학년도 학자금 대출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학생 3만5278명중 25.5%인 9030명이 등록금·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대학생 4명중 1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셈이다.

등록금을 대출받아 당장의 부담을 피하더라도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학자금 연체자 및 신용유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학자금을 대출받았다가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대학생이 무려 3만명에 달한다. 신용유의자는 대출금의 원금 또는 이자를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대학생을 말한다. 이는 2005년 학자금 대출 제도 도입 이후 신용유의자가 처음 발생한 2006년 670명에 비해 43배 증가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든든학자금대출)’다. 대학생들의 재학중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게 원래 취지였다. 그러나 기존 일반상환학자금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자율과 까다로운 조건때문에 도입초기부터 대학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정부가 주관하는 학자금 지원 전담 기관은 2009년 발족한 교육과학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으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이곳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학자금 대출의 종류는 두 가지<표>다. 재학 중 이자만 납부하고 졸업 후 원리금을 함께 갚는 ‘일반상환학자금대출’과 대학 재학 중에는 이자를 내지 않고 취업후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를 넘으면 그때 이자와 원금을 내도록 한 ‘ICL’이다.

두가지 대출 모두 지급받은 시점부터 이자가 부과된다. 차이가 있다면 일반상환대출은 고정금리며 ICL은 변동금리다.

ICL 시행 초기인 지난해 1학기에는 이자율이 5.7%였으며 2학기에는 5.2%,올해 1·2학기에는 4.9%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는 탓에 대학 4년을 보내고 나면 빚이 수천만원에 이른다.

대출 문턱도 높다. ICL은 재학생의 경우 학기 최소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며 평균 B학점(3.0) 이상이 돼야 한다. 신입생은 수능 영역중 2개 이상에서 6등급 이내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35세 이하의 연령제한과 소득 7분위 이하의 소득기준, 대학 학부생 기준(대학원생 배제) 등의 자격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양소희씨(23·가명·제주대)도 최근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대출을 신청하려다 이내 포기했다. 지난 학기 평점이 2점대였던 양씨는 학업성적 평점이 B(3.0) 이상이어야만 신청이 가능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조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양씨는 직접 등록금을 마련하거나 학기중에 이자를 부담하는 일반 상환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때문에 정치권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출조건 완화를 포함 학자금 대출 제도의 전면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부모나 대학생이 등록금을 모두 부담하기 어려운 만큼 ICL이 정착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매력적이지 못한 제도”라며 “현실적인 제도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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