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성적 올리기 위주 수강신청 눈치작전
특성화과목 줄폐강···“근본 흔드는 큰 문제” 걱정

[제주도민일보 오경희 기자]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로스쿨은 학점공부에 올인하는 눈치전쟁의 장이 되버렸다”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재학중인 A씨는 “지금 로스쿨에선 수강신청때마다 자신있는 과목과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만을 선택하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에 로스쿨생들의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곧, 특성화과목의 줄폐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주광덕 의원에게 제출한 ‘로스쿨 개교 이래 폐강과목 수 현황’에 따르면 전국 15개 로스쿨(자료 미제출 로스쿨 제외)이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1학기까지 137개 과목을 수강생 미달로 폐강했다. 폐강된 과목들은 지방자치법, 독일법개론, 인권법, 젠더법 실무 등 변호사시험이나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학점관리도 쉽지 않은 과목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는 이 기간 모두 10과목이 폐강됐다. 특히 지난해 특성화 강의로 14개 과목 중 7개 과목이 수강신청자가 없어 폐강됐다. 특성화과목중 ‘국제투자실무’ 강의는 그나마 수강생이 단 1명이어서 폐강을 면했다.

폐강과목이 ‘중국계약법 연구’ ‘중국증권법 연구’ 등 폐강된 과목의 대부분이 현지어로 진행된 점도 이유지만 ‘취업(변호사시험)’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인식 때문이란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법학전문대학원 학사관리강화방안’이 도입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학생들의 우려다. 로스쿨생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시작한 상대평가방침 때문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점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단위의 수강신청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게 내·외부 평가다.

학사관리강화방안의 요지는 A+(4.3)~D(1.3)에 이르는 분포의 상대평가 시행과 평균평점 C0 이하 학생에 대한 전체 정원대비 최대 20%까지 학사경고 및 유급과 제적 등이다.

일선 교수들 또한 특성화 교과목이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법과사회이론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송기춘 교수(전북대 로스쿨)는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분야 공부는 포기한 채 오로지 성적 올리기가 공부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학생 대부분은 확률상 A나 B학점을 받기 쉬운 대형강의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대학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로스쿨의 성패에 직결되는 현안”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