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국방·국토부 ‘공권력 투입 임박’ 시사
주민·7대종단 대표 호소…“평화해결 원칙 지켜라”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국방부와 국토해양부는 31일 장관 명의의 공동 담화문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내에 (사업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혀 강정마을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사실상 공권력 투입을 통한 행정대집행 수순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 투임이 임박하자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종교인 등은 긴급 성명을 통해 ‘평화적 해결원칙’의 실천을 거듭 호소했다.

전국적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강정마을에 연일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현재 강정마을에 160여명의 병력이 주둔한 데 이어 서울기동경찰대 병력 460명이 31일 저녁 제주에 배치됐다.

# “해군기지 더 이상 지연안돼”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은 공동 담화문에서 “정부는 그동안 인내를 갖고 (해군기지)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장관들은 해군기지 건설의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갈등원인을 강정마을에 거주하는 시민·평화활동가, 소위 ‘외부세력’에 돌렸다.

장관들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사업은 공청회․주민투표․환경영향평가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며 “외부 반대단체가 중심이 돼 공사현장을 무단 점거하는 등 불법적으로 사업추진을 가로막아 왔다”고 전했다.

이어 장관들은 “정부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에 대한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을 존중하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 더 이상 지연돼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들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사업은 조속한 시일내에 정상화돼야 한다”며 “제주도민과 강정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원만하게 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해군기지 사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정마을의 갈등을 치유할 구체적인 복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청와대에서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주해군기지는 지난 정권에서 잘 결정한 정책”이라며 “주민들보다는 외부인들에 의해 사업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군기지 사업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 “강정을 제발 살려줍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31일 “강정을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강정을 제발 살려줍서’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고 공권력 투입을 앞둔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해군과 행정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들어주기는 커녕 밀어붙이기와 이간질로 갈등을 부추겼다”며 “현재까지 50여명이 사법처리를 당했고 지금도 200여명이 사법처리 과정을 겪고 있으며, 경찰·해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폭력에 의해 상해를 입은 사람만도 부지기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공안정국이 선포되고 강정 주민들과 강정을 지켜주려 들어와있는 활동가들을 ‘종북좌파 세력’으로 몰면서 육지병력이 대거 투입되는 상황”이라며 “4·3의 아픔이 치유되지 않은 제주가 중앙권력에 의해 또 다시 피바람이 일고 있다”고 비통해했다.

이어 주민들은 도민들을 향해 “제발 강정주민들이 죽음의 낭떠러지로 밀려나지 않도록 도와줍서”라며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 두 세명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주민들의 가슴에 흐르는 피눈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화만이 해군기지 갈등 해결할 길”

7대 종단 대표들도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공동회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대주교)는 31일 7대 종단 대표들의 이름으로 공동호소문을 내고 “제주해군기지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군과 주민은 적극 대화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대표들은 “정부와 해군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며 “이것만이 불행을 사전에 막고 현재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종교인들은 확신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호소문에는 대표공동회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 공동회장인 김영주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 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회장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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