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국방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
여야, 해법 놓고 시각차…해군기지 소위 활동방향 불투명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강정마을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방부가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단체 등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강정마을에는 공권력 투입에 따른 전운이 다시 짙게 깔렸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검·경찰은 일찌감치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시점을 공권력 투입시기로 잡았다.

국무총리실도 최근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공권력 투입시기를 조율한 만큼 예상대로라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둘째주 이전에 강제진압 명령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가처분 결정 무슨 내용 담았나
제주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는 29일 국방부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강동균, 고권일, 양윤모 등 37명과 생명평화결사, 사단법인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화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단법인 개척자들, 강정마을회는 해군기지 건설예정지 공유수면에 침입하거나 그 출입구를 점거하면 안된다”며 “공사차량·장비 또는 작업선을 가로막거나 이에 올라타거나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시설물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국방부의 사용 및 점유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이를 위반하면 1회당 200만원을 국방부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방부가 건설사업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금지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사업에 대한 반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국방부가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고권일 위원장 등이 해군기지 건설예정지에 설치한 시설물을 철거 및 제거하도록 청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방부가 직접 대집행의 방법으로 시설물을 철거·제거할 수 있다”며 “대체집행을 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기각했다.

# 정치권 해결방향 주목
법원의 결정과 공권력 투입방침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전국 시민사회·평화단체 등이 잇따라 비판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해군기지 문제해결에 비중있는 키를 쥔 중앙·제주지역 정치권의 선택에 초점이 모아진다.

해군기지 건설명분과 해법에 대한 각론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어떤 방향·내용의 해결방안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이가 존재, 자칫 해군기지 문제해결의 대전제인 ‘평화적 해결 원칙’도 균열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가처분 결정이 나온 즉시 공사방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거나 지나친 활동으로 국방부의 국책사업을 지연시키면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강정마을의 문제는 마을 주민들의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경찰 당국은 그 어떤 불법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불법, 과격 시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29일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사업 조사소위원회’에서도 여야의 입장차는 뚜렷했다.

해군기지 추진명분 및 국회 부대의견에 명시된 ‘기항지’의 해석을 두고 여야는 논란을 거듭했다.

‘기항지’에 대해 한나라당은 해군기지에 크루즈를 추가 수용한 개념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민항 위주로 해군함정이 기항하는 내용이라는 반론을 펴며 맞섰다.

이와함께 해군기지 소위 활동방향 등이 불투명해 소위가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6일 이전에 공권력이 강정마을을 강제진압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소위가 공사중단을 합의한 후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리적 충돌에 따른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뒤 소위가 강정마을을 찾게되면, 사실상 ‘평화적 해결의 원칙’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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