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화가 '앤디 워홀'이나 '클래스 올덴버그'와 마찬가지로,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예술가의 개념을 창의적이고 즉흥적인 천재로 규정짓는 것에 반대했다.

대신 그는 당시 팝으로 알려져 있던 예술 양식을 수용했다. 팝은 대중문화를 명백한 참조물로 삼음으로써 전통적 '고급'예술의 위엄성을 허물려는 시도를 담은 미술운동이었다.
 

「그것을 잊어라, 나를 잊어라!」는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대부분이 그러하듯, 장난스럽고 아이러니한 느낌을 준다. 색채는 대담하다 못해 지나치게 번쩍거리고, 그림의 질감을 유발하는 '벤데이 망점'은 이 그림을 대량 생산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물론 각각의 망점은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지루한 작업을 통해 완성된 것인데도 말이다.

주인공들은 실제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기 보다 남성과 여성을 이상화시켜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허황된 그림과 모호하면서도 상투적인 내용에서 보듯, 이 그림에는 진실한 감정이나 깊은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전적으로 결여돼 있다. 또한 작업의 전체 장면은 과도한 형식미로 친근감을 가장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문화의 가장 친근한 아이콘을 새로운 문맥 속에 복제시킴으로서 문화를 비판하고자 한 리히텐슈타인의 아이디어는 이후 20세기 후반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아 갔다. 발췌=「명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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