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보수언론까지 가세 마을 탄압·고립 전력 기울여
지역주민·지방자치 무시 비판…“정권 말 레임덕 가속화”

▲ 현재 강정마을에는 공권력의 밀어붙이기에 따른 수세적 분위기보다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평화·비폭력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정원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가권력이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국방부, 해군, 검·경찰에 보수언론까지 나서 강정마을을 탄압·고립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사라졌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야당 국회의원들의 호소에 귀를 닫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과 한 약속을 스스로 깨는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가권력의 폭주로 갈등해소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제주도민들의 요구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제안한 ‘해군기지 입지 재검토 등을 위한 주민투표’는 제대로 된 논의의 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꺼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면이라면 앞으로 해군기지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상 공권력을 투입한 강제진압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국가권력의 조치에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저항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강정마을에는 공권력의 밀어붙이기에 따른 수세적 분위기보다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평화·비폭력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 검·경 초강수 대응…공권력 투입 임박?
검찰과 경찰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에 대해 초강수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강정마을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대검찰청은 2년만에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해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대검은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 불법집단행동 가담자에 대해 현장체포와 구속수사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함께 경찰청은 강정사태와 관련, 충북지방경찰청 윤종기 차장(경무관)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팀(TF팀)을 제주청으로 파견했다.

경찰청은 TF팀을 통해 강정마을에 대한 지휘·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경찰청은 제주에 감찰팀을 파견, 강정마을 사태 진압과정에 대한 문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보수언론의 공세도 본격화됐다.

조·중·동은 일제히 지난 26·27일자 신문 1면에서 강정마을 사태를 보도하며, 대한민국 공권력이 심각히 훼손됐음을 우려했다. 사설도 동원해 정부의 엄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KBS는 9시뉴스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강정마을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국방부 입장과 논리만을 전달, 일방적인 공사강행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지방자치·지역주민 약속 정면 무시
정부가 강정마을 사태에 대처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약속·지방자치에 대한 가치를 정면으로 무시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강동균 회장이 경찰에 연행돼 주민과 경찰이 장시간 대치한 지난 24일.

당시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은 주민들과 대치를 풀기위해 ‘자정안의 석방·현장 채증 무효화·일반차량으로 강 회장 이송’ 등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중재안이 제시된 것에 격노하며 송양화 서장을 전격 경질했지만, 사실상 문제의 핵심은 조현오 청장에게 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중재안이 제시된 것을 조현오 청장도 이미 알았다는 것이다.

김재윤 의원(민주당)은 <제주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나를 비롯한 강기정·백원우 의원 등이 조현오 청장 및 경찰청 간부들과 통화해 석방을 요청했다”며 “경찰청은 협의를 통해 자정 이전에 강 회장을 석방하는데 동의했다. 이는 조현오 청장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강정마을에서 중재안을 협의한 고병수 신부도 기자회견에서 “중재안은 언론에 공식적으로 공표가 됐고, 조현오 청장도 약속한 내용인 만큼 경찰이 어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불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나를 포함해 강정마을 주민 10명과 문대림 의장 등 도의원들이 조사현장에 배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이 ‘공권력 유린’ 등의 이유를 들어 지역주민과 한 약속을 어기면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갈등을 스스로 키운다는 공분을 사고 있다.

이로인해 문대림 의장 등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지방의회가 국가권력에 의해 무력화된 상황도 연출됐다.

주민·경찰의 대치를 수수방관한 도정에 대한 비난도 분출하고 있다. 24일 오후 2시부터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대치상황을 행정부지사 등 도정 고위간부들은 오후 6시가 돼서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 “공안정국 오래 못 갈것”
강정마을 주민들은 “공안정국 조장에 대응해 총력 비상투쟁을 선언한다”고 저항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강정마을회와 천주교제주교구평화의섬특별위원회·제주군사기지 범대위·해군기지건설저지전국대책위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권력 투입과정에서 벌어진 불법적 강제연행, 크고 작은 부상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법률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탄압이 클수록 투쟁도 클 뿐만 아니라 국민적 결집도 훨씬 빠르고 확고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종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현장대응팀장은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은 이명박 정부 말기의 레임덕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종일 팀장은 “집권 초·중기였으면 지금 같은 조치가 통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해군기지에 대한 저항을 더 키우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번 조치로 정부의 레임덕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 같은 공안정국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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