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권력 유린” 규정…송양화 서귀포 서장 경질
강 회장 등 3명 구속영장 신청…강정마을 초강경 진압 우려

▲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등 50여명이 서귀포경찰서 정문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정원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지난 24일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에 대한 경찰의 강제연행 사태가 국가 공권력을 위협하는, 이른바 ‘공안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24일 오후 10시30분께 경찰로 자진 출두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약 2시간30분여 동안 조사를 받았지만 석방되지 못했다.

당초 경찰은 강 회장을 24일 자정안에 풀어주기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강 회장을 비롯해 이날 함께 연행된 주민·활동가 4명도 함께 석방되기로 합의됐었다.

천주교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는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과 대화 끝에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이끌어냈다고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합의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어졌다. 서귀포경찰서는 24일 오후 11시30분께 강동균 회장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검찰의 지휘를 받기 위해 조서를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이송했다.

검찰의 지휘는 자정보다 한 시간 가량 늦춰진 오전 1시30분이 돼서야 경찰에 도착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강동균 회장을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평검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다. 제주지검은 강동균 회장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주민과 경찰의 대치를 심각한 ‘공권력 훼손’으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5일 오전 9시께 제주지검장과 대검찰청 공안부장의 지휘를 받은 뒤 석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25일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귀포경찰서는 25일 검찰의 지휘를 받아 강동균 마을회장과 김종환, 김종원씨 등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주민, 경찰연행 저지…검찰, “공권력 유린” 규정
검찰이 문제를 삼은 것은 24일 오후 강동균 회장을 태운 서귀포 경찰서 차량이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장시간 고립된 상황이다.

서귀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강동균 회장을 경찰서로 이송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강한 저지에 막혀 한동안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후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차량을 이동하려 했지만 이 또한 주민들의 강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주민들이 경찰차량을 포위, 차량은 8시간 넘게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강동균 회장이 경찰서로 출두한 뒤에도 경찰차량은 현장을 나가지 못했다. 주민들은 강 회장이 석방되기 전까지 경찰차량의 이동을 용인할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차량을 둘러쌌다. 차량에는 송양화 서귀포서장이 타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검찰은 공권력이 심각하게 유린됐다는 판단을 내려 강 회장 연행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공안사건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불구속 기소 요청에 대한 답변을 ‘유보’했다.

강 회장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25일 오전 제주지검장 등을 만난 오영훈 도의회 운영위원장은 “평화적 해결 원칙을 전달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요구했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경찰의 연행을 막은 것을 검찰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쉽게 풀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조현오 경찰청장, 서귀포서장 경질 초강수
조현오 경찰청장은 강동균 회장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격노, 송양화 서귀포 경찰서장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조현오 청장은 25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송양화 서장을 경질했다.

경찰청은 즉시 강호준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을 서귀포경찰서장으로 임명했고, 송양화 전 서장은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특히 조 청장은 서귀포경찰서가 시위대와 협상을 통해 자정을 넘기기 전 연행자 모두를 석방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 공권력, 강정마을 초강경진압 가능성 우려
문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강정마을에 대한 진압시기가 더욱 빨라지고, 강도도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검찰은 각종 공안사건에 대해 강경대처 입장을 밝히는 등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검찰이 강정마을에서 공권력이 심각하게 유린됐다고 판단한 만큼, 검·경 차원의 대응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해군기지 범대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자칫 강정마을에 대한 진압이 초강경적인 분위기로 돌아설 수 있다”며 “강정주민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강 회장 석방소식을 듣지 못한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50여명은 25일 오전 9시까지 서귀포경찰서 정문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였다.

이후에도 강동균 회장이 석방되지 않으면서 주민 등은 서귀포경찰서에서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문정현 신부가 서귀포 경찰서에 강제연행되는 등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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