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혜경 / 아트 스페이스C대표

▲ 안혜경

제12회 제주여성영화제(9월22일~25일)의 ‘전쟁과 여성’ 섹션에 소개될 영화 중 ‘철책선 주변의 삶 Living Along the Fenceline’이 있다.

‘리나 호쉬노’, ‘그윈 컥’ 그리고 ‘데보라 리’라는 여성 감독들이 만든 이 영화에서는 텍사스, 푸에르 토리코, 필리핀, 오키나와, 서울, 괌, 그리고 하와이의 용감한 7인의 여성의 증언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진 미군사기지들이 이 여성들과 그 이웃들의 삶에 미치는 실상을 낱낱이 전한다.

이 여성들은 다음 세대들을 위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과 희망으로 활동하는 그 지역의 교사이거나 활동가들이다.

“2000년도 펜타곤에서는 언제 어디든 개입할 수 있는 그들 군사력의 목표가 준비되었으며 전 세계에 미군사기지가 1000개가 넘고 이 기지들이 좀 더 세상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문장과 미군기지를 상징하는 성조기로 채워진 세계 지도 이미지로 시작되는 이 영화 속 여성들의 증언은 그러나….

작은 섬의 30%를 미군기지로 내주고 있는 괌의 경우 미국 본토에 비해 거의 20배에 달하는 암 발생률을 기록한다.

푸에르토리코의 비에크라는 아름다운 지역은 지난 2003년 주민들의 노력으로 미군기지로부터 자신들의 땅을 돌려받았지만 군기지가 남기고간 오염물질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자산으로 관광산업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가 주목해야 할 문제다.
암으로 딸을 잃었지만 손녀들에겐 그런 환경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여성, 삼촌. 숙모. 사촌이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다 암으로 사망한 여성, 특히 군사문화가 일상화 되는 텍사스 샌 안토니오의 학생들, 수많은 미군을 접대하는 성산업으로 인해 가난한 여성들이 성매매에 노출되고 있는 필리핀, 학생 때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오키나와 여성의 이야기까지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과연 군사기지가 보장한다는 안전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강정의 해군기지 문제 기사를 접한 CNN이 직접 그녀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제주 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의 기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기지의 기술적인 체제는 안티볼릭 미사일 구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심지어 뉴스 앵커마저도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동참하라며 사이트를 소개해준다. 한국 방송에서도 그런 적극적인 해군기지 반대 뉴스를 본 적이 없다.

미군사기지에 대한 정책분석가인 재미교포 크리스틴 안이 워싱턴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전화해 항의 하였을 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 국방성으로 전화를 해라’라고 한다는 사실도 뉴욕타임지 기고문으로 확인이 됐다.

그러니 강정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는 미군기지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뿐인가?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 기지가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니 더 기가 막힐 뿐이다.

태평양전쟁에 당한 피해도 모자라 또 다시 제주가 군사대국들의 경쟁 속에서 강대국을 위해 희생과 고통을 당해야 할 것인가?

전쟁과 군사주의가 남기는 수많은 패악을 직접 겪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그 실상에 대한 몸서리쳐지는 기억들을 증언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의 피해와 4·3의 기억을 잊기엔 아직도 그 한의 근원이 치유되지 않았다.

강정에 만들려는 해군기지가 미군사기지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증명하고 신문과 방송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군기지 주변의 그 많은 문제들에 대해 용감한 7인의 여성들도 증언하고 미국인 감독들이 그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알려주고 있지 않는가? 여기에 더 무슨 증명이 필요하랴?

강정은 서귀포지역의 상수도의 발원지라 했다. 그럼 서귀포시민 전체의 안전함도 역시 위협당하지 않으란 보장이 있을까?

오늘도 세계7대자연유산에 선정되기 위해 거금을 들여가며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제주도정은 오염물질로 뒤덮고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해군기지를 만드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도정이고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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