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매점 접고 2000원짜리 라면 배달로 시작
서귀포시 태평로 식당 운영 김영자씨

서귀포 태평로 호텔이 밀집한 거리, 주위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큰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여기서 9년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자씨(67·여). 이 조그만 식당에는 다른 식당과 다른 웃음이 있다. 10평 남짓한 공간. 하지만 정으로 꽉꽉 차 있는 따뜻한 장소. 김영자씨의 식당을 찾았다.

노을이 어슴푸레 지는 지난 1일 저녁 7시, 주위에는 큰 호텔과 현대식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에 1층의 허름한 식당하나가 눈에 띈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인다. 누가 주인인지도 모르는 식당. 주인인 김씨는 식당 손님들과 한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고, 손님들은 알아서 자신의 밥을 퍼다 먹는다. 누구 하나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다. 웃음만 피어날 뿐이다.

김씨는 11년동안 산방산 아래서 매점을 운영했다. 그때만해도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 돈도 모았다. 하지만 김씨는 예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다. 자신의 손으로 타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과 같은 밥을 먹이고 싶었다.

김씨는 “9년전 식당을 시작할때 이 자리(식당)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남편과 같이 식당자리를 알아 보고 있었는데 동쪽으로 쳐다보고 서쪽으로 쳐다봐도 아무도 올것 같지 않은 장소였죠. 주위에서도 식당을 할 자리는 아니라고 만류했어요. 더군다나 정식을 한다는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죠”

김씨는 주위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차렸다. 그리고 처음에는 라면이나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식당 주위로 호텔들이 많이 있어서 처음에는 2000원짜리 라면을 배달하면서 생계를 꾸려갔어요. 그때는 원래 하고 있던 매점을 계속 했으면 이 고생은 안할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땐 정말 돈이 없어 일수돈까지 끌어들이면서 장사를 했으니까요”

김씨는 그렇게 3년을 넘게 장사를 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생기고 한번 왔다간 손님들은 다시 또 찾고 찾아온 손님들도 한사람 더 데리고 오는 식당이 돼 있었다.

김씨는 “돈 욕심을 가지면 밥 장사는 못합니다. 중요한것은 손님들의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 왔던 손님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좋아 하는 음식을 기억해 다음에 올때 꺼내 놓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겠어요. 마치 엄마가 자식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해 주는것과 같은 거죠”

김씨는 이렇게 반찬을 많이 주다보니 하루 세번 반찬을 만든다. 새벽3시까지 반찬을 만들때도 있단다.

김씨는 “손님들의 입맛이 더 까다로워요. 싼 재료를 쓰면 대번 알아 차리죠. 특히 단골고객들은 하나라도 바뀌면 맛이 다르다고 불평을 해요. 반찬 투정하는 어린아이들 같죠”

김씨는 항상 손님들을 자식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밥이 그리워 식당을 다시 찾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배서준 기자 crypoet@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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