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읍면동에 ‘동전투표기 실적평가’ 문서 하달
박주희 의원 “근무평가로 공무원들 투표 강요”

7대경관 투표 실적을 올려야 하는 각 읍면동 공무원들의 압박감이 연일 더해지고 있다. 이번엔 ‘동전투입 투표기’를 통해 투표실적을 올려야 하는 책무를 안게됐다.

이는 ‘7대 자연경관 동전투표기 운영 및 관리계획’ 제목의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제주도는 최근 이 문서를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회 박주희 의원(국민참여당)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문서에는 동전 투입투표기의 원리와 투표방법, 정산방법 등이 소개돼 있다.

제주도는 올해 1차 추경예산안에 동전투입 투표기 설치 및 운영비로 약 80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7대 경관 범도민추진위원회’ 지원비 4억원에 포함됐다.

범도민추진위원회는 동전투입 투표기를 통해 범도민 투표참여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읍면동 주민센터와 주요 관광지에 투표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동전투표기는 휴대폰과 같은 원리를 갖고 있다. 각 투표기마다 휴대폰 전화번호가 부여돼 동전을 투입하면 자체감시 시스템에 의해 문자투표가 가능해진다.

1회 투표요금은 165원이다. 잔액은 반환되지 않고 누적 사용된다. 기기를 충전하면 5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각종 단체 행사 때 야외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매달 전화요금은 기기에 투입된 동전으로 계산된다. KT는 월 1회씩 각 읍면동에 꾸려진 7대 경관 추진위원회에 고지서를 발송하고, 추진위원회가 요금을 납부하게 된다.

문서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하단에 명시된 ‘협조사항’이다. 문서에는 “매일 부지사님께 일일실적보고 및 하반기 평가에 반영될 예정이오니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혔다.

19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장동훈) 제3차 회의에서 박주희 의원은 ‘협조사항’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7대경관 투표 추진에 대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박주희 의원은 “이번 문서가 각 공무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나”며 “각 주민자치센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결국 공무원들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근무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적평가’를 전제로 7대경관 투표에 공무원을 동원하겠다는 제주도의 의도를 비판한 것이다.

이어 박 의원은 “자발적인 투표참여를 지적할 수 없다. 하반기 평가 반영을 한다며 투표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강성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장은 “평가는 개인별 실적평가가 아니라 읍면동 시책평가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강 단장은 “읍면동 시책평가 항목 20개 가운데 하나가 ‘7대 경관’에 관한 것”이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읍면동별 시상금을 등수로 매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강 단장은 “아직 시책평가 추진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조만간 반영여부를 확정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 의원은 “확정되지 않은 문서를 읍면동에 내려보내면 일선 공무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거듭 질타했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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