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수 <아열대수산연구센터장>

제주도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서로가 비행기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 중 하나가 ‘다금바리’에 관한 내용이다. ‘다금바리를 못먹고 가면 어떻하나’ ‘그래도 우리가 이번 만큼은 돈쓸려고 오는데 꼭 다금바리 회를 먹고가자’ 는 등등. 여행자들의 대화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 연구자가 자세(?)가 발동하지만 그들의 여행 분위기를 망칠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름 따라 뒤바뀐 운영


다금바리의 실제 정확한 이름은 ‘자바리’인데 잘못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자바리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고 미칠 노릇이다. 자기의 좋은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바리를 다금바리라고만 부르니 이 얼마나 억울한 생물학적 작명(作名)의 비극인가 말이다.

제주도는 옛날부터 한번 잘못 붙여진 이름이 고착된 경우가 매우 많은 편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서 보통 육지에서는 땅에난 김을 메는 도구를 ‘호미’라고 부르는데, 제주도에서는 호미라 하면 육지에서 부르는 낫을 가리킨다.
 
이 얼마나 엉뚱한 표현인가. 옛날 육지에 나간 사람이 물건을 가지고 들어올 때 이름을 어디에 적어 두지고 않고 대충 듣고 와서 전하다 보니 어떤 물건은 명칭이 반대로 전해진 것이 아닌가(?)하고 스스로 추정할 뿐이다. 다금바리와 자바리도 명칭이 잘못 붙여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학문적으로 그 부분을 바로 잡아 자바리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해가 낳은 비극적 난획


자바리는 영명은 ‘kelp grouper’이고 학명은 ‘Epinephelus bruneus Booch’이다. 다금바리는 영명은 ‘saw-edged perch’이고 학명은 ‘Niphon spinosus Cuveir’라고 하고 완전히 다른 종이다.

자바리는 제주도, 남해안, 일본남부, 중국, 필리핀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통은 따뜻한 해역에 주로 분포하고 제주도에서는 다이빙을 하면서 보면 해중 동굴이나 암초지대에 살고 있다.

작은 개체들은 어초나 암석사이에 숨어 살지만 큰 개체들은 해저동굴에 기거하기 때문에 과거에 이러한 자바리의 습성을 이용한 무차별한 난획(과거 7~80년대에 몰지각한 다어버들이 마구잡이로 어획하여 횟집, 일식집 등에 공급)이 이루어졌던 종이다. 80년대에만 하더라도 100㎏ 정도 되는 개체들도 흔히 보였다. 맛이 뛰어나고 “그야 말로 죽여줘요”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부분이 사람이 부르는 다금바리는 실제로는 아무리 커도 최대 크기가 30㎝ 정도 밖에 안 되는 왜소하고 속된 말로 별 볼일 없는 고기이다. 내가 자바리에 대한 특별한 연은 없지만, 그동안 수많은 사연 속에서 횟감으로 사라져간 자바리들의 영혼을 위로 했다고 위로 삼고 싶다. 실제로 올바른 이름을 붙여 불러준다면 어떨게 될까. 참 재미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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