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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노점과 카센터 ‘아름다운 동거’당신의 오늘은…노점상 제영오씨

▲제영오씨

카센터 주인 도움으로 자투리땅에서 4년째 장사

하루 15시간씩 일해도 가족생각하면 힘든지 몰라

이틀에 한번꼴로 찾아오는 단속은 가장 큰 어려움

“단속 때문에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가게를 구할 돈이 있으면 제가 길에서 장사하겠습니까. 가족들과 먹고 살려면 어쩔수 없어요”

제주시 노형오거리 인근에서 수년째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제영오씨(47)는 노점 단속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 2000년 여행사를 하는 친구와 동업하면서 제주도에 정착한 제씨는 연이은 사업 실패로 2006년에는 일자리를 찾아야하는 처지가 됐다.

집세도 내야하고, 두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아내는 몸이 약해 일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기대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가 없었다. 대부분 120~130만원을 월급으로 제시했다.

육지로 돌아갈까 생각해봤지만 간다고 해도 특별한 연고가 없었고 뾰족한 수도 없었다. 19살 때부터 원양어선 선원으로 일했던 제씨는 땅을 밟고 지낸 시간보다 바다위에서 보낸 시간이 갑절 이상이었기 때문에 지인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제주도에서 5년 정도 지내며 알게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결국 2년 정도를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때 제주도에서 알게된 노점상을 하는 동생이 제씨에게 장사를 해볼 것을 권했다. 동생은 많이 벌지는 못해도 열심히하면 네식구가 먹고 살 정도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해서 지난 2008년부터 노형오거리 인근 골목길에서 과일노점상을 시작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오후 11시까지 이어지는 일과였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힘든줄 모르고 일했다. 오히려 제씨를 지치게 하는 것은 단속이었다.

제씨는 1t화물차로 장사를 하면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보다는 한곳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노점상이라도 단골이 생길수도 있고, 무엇보다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매번 같은 장소에서 단속하는 제씨는 수시로 나오는 단속에 시달려야 했다. 단속 때문에 장사를 하지 못해 아침에 사온 과일을 그대로 버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장사를 시작한지 두달만에 단속반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단속반은 제씨의 장사차로 다가와 빨리 물건을 정리하고 떠날 것을 요구했다. 물건을 정리하는 와중에 오는 손님에게 물건도 팔지 못하게 했다. 제씨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장사를 하는데 유독 저한테만 혹독하게 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제주도 출신이 아니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서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따졌죠. 그러다보니 언성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당시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에는 맞은편 카센터 주인도 있었다. 카센터 주인은 단속반에게 카센터 주변의 자투리 땅에서는 장사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단속반은 사유지는 단속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카센터 주인은 제씨에게 카센터의 자투리땅에서 장사를 하도록 했다. 그렇게해서 제씨는 4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다.

“고마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한번은 자릿세 명목으로 약간의 돈을 드릴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돈을 내려면 다른데 가서 장사하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나중에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네요”

물론 지금도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설치한 천막이 불법시설물이고 1t화물차를 앞에 세워두고 장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다. 이틀에 한번꼴로 나오는 단속때문에 매번 숨박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허가받고 하는 장사는 아니지만 너무한 것 같아요.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의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 학원이라도 보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럴려면 지금부터 돈을 모아놔야 할텐데….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장사하도록 허용해 줄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강길홍 기자  kang@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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