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하계 알바생 투표에 ‘활용’…행정시 “문제 없다”

이가영(27·법환동)씨는 최근 개인업무 차 동사무소에 들렀다. 민원업무를 보던 이씨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대학생 2명이 민원용 PC앞에 앉아 반복적으로 ‘7대경관’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서류가 발급되는 동안 민원용 PC를 이용해 잠시 인터넷 사용을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7대경관 선정이 아무리 중요해도 동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해 투표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보에 <제주도민일보>는 지난 8일 서귀포시 동사무소 3곳을 무작위로 정해 찾아갔다. 이씨가 목격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기자의 질문에 “7대경관 투표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인 고모(22·여)씨는 “전화·인터넷으로 하루에 수백번 투표가 가능하다”며 “인터넷 투표의 경우 메일 계정 1개당 한번밖에 투표가 되지 않아 메일계정을 새롭게 만들면서 투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H동사무소 고모 동장은 “행정시에서 민원보조 업무를 위해 배치한 하계 아르바이트생”이라며 “우리 동사무소는 5명이 배치됐는데 비가 내리는 날이라 7대경관 투표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본보 확인 결과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의 학비부담을 덜고 애향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하계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제주시 120명, 서귀포시 80명을 각각 배치했다.

이들은 7월 한달 간 환경민원 현장, 관광지 등 현장을 다니면서 민원 보조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면서 하루 일당 3만6000원(월급여 86만원 상당)을 받는다.

그러나 환경지도 단속이나 관광객 불편 해소 등 민원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할 아르바이트생들이 동사무소에 마련된 ‘7대경관 투표소’에 앉아 반복적인 투표활동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행정시 총무과장은 “아르바이트생들은 7대경관 투표도 함께한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공무원 동원 무제한 전화투표에 공공전화료 30억원이 추경예산에 반영되는 등 ‘7대경관’ 예산만 85억원이 배정돼 도가 지나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개인재단의 상업 이벤트에 온 행정력을 쏟아붓는 행태도 문제지만 민원업무를 도우며 성실함을 인정받아야 할 대학생들이 ‘7대경관’ 투표에 동원되는 모습에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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