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7대경관’ 계약서 입수
7대경관 선정후 재단 명의 공원건설 의무화
불이행시 철회…유사계약 알고도 혈세 펑펑

▲ 최근 몰디브정부와 N7W재단측이 맺은 ‘7대경관’ 최종 28곳 후보지 참가계약서가 공개됐다. 계약서에는 7대경관 선정 후에도 재단측의 적나라한 금전요구가 명시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 또한 이와 유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선정되더라도 막대한 추가 혈세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몰디브 정부>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의 상업활동 담당 자매회사인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이 몰디브와 맺은 계약서가 공개됐다. NOWC의 과도한 금전 요구로 최근 28곳 후보지 자격을 자진 철회한 몰디브 정부는 이번 계약서 공개를 통해 그 이유를 분명히 했다. 제주도 또한 몰디브와 유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계약내용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N7W재단 웹사이트 쇼핑코너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후보지 28곳의 배지를 판매하고 있다.
#재단 돈벌이 위한 ‘계약조건’
지난 2009년 1월5일 몰디브 정부는 NOWC 측과 ‘7대경관’ 최종 21곳 후보지 참가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최종후보지는 28곳이 아닌 ‘7대경관’ 3배수인 21곳으로 정했으나 재단은 임의대로 참가국을 늘렸다.

NOWC가 몰디브 정부와 맺은 계약내용은 △명칭·로고·이미지 사용 △언론과의 협력 △최종후보지 지정 관련 협력 △7대경관 선정 후 협조사항 △N7W재단 지적재산권 △기타 상업 부문 △참가신청비 등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7대경관’ 도전 도시(국가)들은 탈락 후, 최종 28곳 후보지였다는 로고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NOWC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했을 경우 비배타적(non-exclusive)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NOWC은 ‘7대경관’ 최종 28곳의 후보지에 관련된 이미지·명칭을 마음껏 사용토록 했다. 실제로 NOWC는 이미 제주도의 명칭과 성산일출봉 등의 이미지가 새겨진 배지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계약서를 최초 공개한 누리꾼 ‘AF1219’는 “결국 28곳 최종후보지라는 작은 타이틀마저 돈주고 사야하는 상업적 장치를 해놓은 것”이라며 “지나친 재단 상술에 도전국가들이 농락당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 버나드 웨버 N7W재단 설립자 겸 NOWC 대표(왼쪽)는 지난 4월 오백장군 전설을 테마로 조성된 제주돌문화공원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웨버는 이 자리에서 N7W공식 심볼 설치를 요청한 바 있다. <사진=제주도>
#재단 명의 공원건설도 의무화?
만일 ‘7대경관’에 최종 선정이 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제주도가 최근 공무원 동원 무제한 전화투표와 80억원이 넘는 혈세 투입으로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최종 선정 후에도 막대한 비용지출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7대경관’ 다큐 및 영화 제작, 영구보존용 디지털 가상 모형 제작, 3D 영상 이미지 촬영, 공식 박물관 건립 등을 NOWC측에 지원토록 했고, N7W재단 이름으로 광장이나 공원 건설, ‘7대경관’ 현판 설치를 의무화했다.

특히 ‘7대경관’으로 선정됐을 때 해당 도시(국가)는 재단 주최의 인증식 투어 행사를 치르도록 했으며 선정지 현지 기념행사, 7대경관 현판식 및 인증서 수여식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부담토록 했다.

무리한 요구라 해도 해당 도시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거절한다면 NOWC측과 맺은 계약을 어기는 꼴이 되고 규정에 따라 ‘7대경관’ 타이틀을 박탈해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NOWC은 법적 대응을 위한 장치도 미리 해놓았다. 후보국과 맺은 모든 계약 내용은 전적으로 스위스 취리히 구역(Canton)의 법을 따른 것이고, 이 구역의 법원만이 유일하고 배타적인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명시한 것.

누리꾼 ‘AF1219’는 “비영리 단체라는 N7W재단은 결국 껍데기에 불과하고 실제 모든 일은 NOWC가 담당하며 최종 투표결과 마저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재단의 상급기관인 셈”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청 모 부서 사무실에는 전직원들이 ‘7대경관’ 투표에 참여했다는 인증서가 붙어 있다.
#상업 실체 알면서 혈세만 ‘펑펑’
그렇다면 제주도와 NOWC측이 맺은 계약내용은 무엇일까. 본보는 ‘공식후원위원회’(OSC)로 지정된 제주관광공사에 계약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제주도 대행사업 기관이라서 제공할 권리가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 공식적인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통해 ‘공식후원기관’인 제주도에 계약서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제주도 역시 “제주관광공사가 OSC이니 그쪽에다 문의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양 기관이 계약내용을 꺼리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몰디브 정부로부터 계약서를 건네 받아 최초 공개한 누리꾼들에 따르면 재원능력 등 국가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제주도가 맺은 계약이 몰디브 정부보다 후원금이나 사업협력 관련 규모가 더 크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도 NOWC측과 맺은 계약 내용 중에는 △전화 및 SMS투표 개설에 적합한 사업파트너 주선 △TV·방송 사업파트너 협력 △영화·다큐제작비 지원 △모든 발생수익은 NOWC가 얻되 OSC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배분받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당국이 ‘7대경관’ 선정 이후에도 NOWC측에 사업을 협력하는 등 상업적 실태를 알고서도 28곳 최종후보지 참여계약서에 서명한 셈이다. 제주가 얻은 ‘최종 28곳 후보지’라는 타이틀이 결국 재단측의 ‘상술’로 만들어진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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