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헌책방 운영 김창삼씨

   책이 좋아 20년간 지켜온 헌책방

   가게세 밀려 폐업 고민도 수차례

   제주향토자료실 여는게 목표
“책밭서점 주인은 농사를 짓습니다. 그래서 가게 문을 늦게 엽니다. 평일 오후 3~9시. 토요일 오후 1~9시. 일요일 밭에 갑니다”

‘책밭서점’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 농사짓는 헌책방 주인에 끌려 헌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가게 운영은 안내 문구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하루에 2000원짜리 책 한권도 못파는 날이 허다해요” 제주도에서 유일한 헌책방 ‘책밭서점’을 운영하는 김창삼씨(54)의 한숨섞인 목소리다.

1985년 태어난 책밭서점을 김씨는 20년전 인수했다. 단골손님이었던 그는 당시 주인에게 그만둘 생각이 있으면 꼭 자신에게 말해달라고 했고, 결국 바람을 이뤘다.

“어려서부터 목장일과 헌책방 운영이 하고 싶었어요. 헌책방을 하기 전까지는 목장에서 일했으니 두가지 꿈을 모두 이룬 셈이죠”

처음 책방을 인수했을때만 해도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 아내와 누이까지 셋이 나서서 일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점차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된 2000년대 이후에는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잦았다.

결국 5년전 가게세가 여러달 밀리면서 폐업을 결심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가족들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생활비를 갖다주기는 커녕 적자를 기록하는 달이 이어졌던 것.

단골손님 등 헌책 마니아로 불리는 주변에서 그를 적극 말렸다.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라고, 제주도에도 헌책방 하나는 남아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그를 붙잡았던 것이다. 결국 가게 위치를 옮겨 가게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점포를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옮기면 가게세를 3분의 1로 줄일수 있었어요. 이정도면 어떻게 해보겠구나, 결국은 내가 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지금은 그 가게세도 뽑기 힘들지만 말이죠(웃음)”

현재 헌책방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는 가게세를 내기도 벅찬 상황이다. 그래서 농사를 짓게됐다. 헌책방에서 나오는 수입이 없다보니 가게세 마련을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했던 것. 마침 육지에 사는 지인이 농장 관리를 부탁하면서 그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첫해 콩 농사는 태풍 ‘나리’가 쓸어가면서 가슴을 쳐야했지만 이후 한해 200만원 정도는 벌면서 가게세를 메우고 있다. 특히 그는 유기농만을 고집하며 매일같이 밭에 나가 검질메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낮에는 밭에 나가 농사를 짓고, 밤 늦은 시간까지 헌책방을 지키는 것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새책에서는 잉크냄새가 나지만 헌책에서는 책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래서 헌책이 좋다고. 앞으로는 10년 정도는 가게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제 모든 젊음을 쏟아부은 공간인데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두 아이에게 한명은 가게를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내가 죽으면 바로 다음날 문닫아도 좋다고도 했어요. 물론 돈벌이는 힘들다고 강조하죠. 그래도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있어 고마워요”

그는 가게에서 손을 떼면 헌책방 2층에 제주향토자료실을 오픈하는 것이 꿈이다.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2000여점의 제주관련 자료를 모았고, 지금도 꾸준히 수집 중이다.

“책방 가게세 내기도 쉽지 않은데 2층까지 확장한다는게 얼토당토 않죠.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일이지만 아직 실행을 못하는 이유죠. 앞으로도 그냥 생각만 하는 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웃음)”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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