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7W재단과 맺은 계약 공개하라

제주도청 1층 로비에 자동투표기가 설치된지 2주만에 투표횟수가 3만회를 넘은 것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경쟁의 비과학성과 몰가치성, 희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원이 공휴일도 없이 하루에 2000번이 넘는 ‘중노동’을 한 덕분이고, 도내 공무원들의 손이 닳도록 눌러댄 전화투표도 600만~700만표에 이르면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노릇이다.

‘엉터리’ 경제효과 신뢰 ‘제로’
제주도가 7대 자연경관에 ‘올 인’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1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는 7대경관 투표를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것으로 객관성이 떨어진다. N7W재단 자료는 지난 2007년 재단이 주관한 ‘신 7대 불가사의’ 선정지역 관광객이 70~80% 늘어났다는 등의 내용으로 예측치이거나 사실과 다름이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 등이 새 근거로 제시한 세계적 경제석학 필립 코틀러의 저서와 영국 컨설팅업체 ‘그랜트 손튼’의 보고서 역시 N7W재단 자료를 인용했거나, 자료를 토대로 예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기에 N7W재단이 자신들이 자료를 토대로 경제효과를 산출한 제주발전연구원 보고서를 놓고 ‘한국 지방정부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이 연구해 발표한 것’이라며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포복절도(抱腹絶倒)할 노릇이다.

본보가 7대자연경관 투표 경쟁을 문제삼는 이유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개인재단의 상업적 이벤트를 지상과제로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예산을 퍼부어가며 ‘올 인’하는 몰가치적 행태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주인’인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해군기지 문제는 외면하고 홍보사업비만 20억원을 들여가며 덤비는 묻지마식 행태를 나무라는 것이다.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원회 등의 주장과는 달리 N7W재단은 유엔과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 않으며, 영리 자회사 뉴오픈 월드코퍼레이션(NOWC)이 벌어들이는 전화투표·방송수익금 등으로 운영되는 사실상의 영리재단임도 드러났다. 무제한적 중복투표가 가능한 비과학성과 불공정성, 261곳에서 최종 후보지를 28곳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불가리아 벨로그라칙 등 투표순위 1~4위 지역이 모두 탈락하고 하위권이었던 제주도가 선정된 것도 불공정성과 상업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투표 수·계약내용 온통 ‘비밀’
N7W재단은 투표수 ‘공개 불가’ 원칙만 고수하며 인터넷투표 증가율 등 제한된 자료만 내놓고 있다. 이는 투표에 몰입한 제주도와 이스라엘·필리핀 등을 제외한 다른 후보지역의 열기가 높지 않음을 감안할때 경쟁을 자극해 수입을 올리기 위한 ‘꼼수’로 비쳐진다. 재단의 주장을 100% 인정해도 7년동안 진행된 ‘신 7대 불가사의’ 총투표수가 1억표에 그쳤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N7W재단이 제주도를 포함한 최종후보지 28곳과 맺은 계약내용을 공개하지 않는것은 더 냄새가 난다. 재단에 공식후원위원회로 등록된 제주관광공사와 공식후원기관인 제주도 역시 계약내용에 대해 입을 다무는 이유가 궁금하다.

‘N7W’재단의 과도한 금전 요구와 불투명한 투표과정 등을 이유로 투표 불참을 선언한 몰디브와 재단 영리자회사인 NOWC가 맺은 계약서에 ‘요구 불이행시 후보지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하니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도 재단이 7대 자연경관 선정식 주최 명목으로 라이센스 비용 1000만달러와 장소·행사비 3500만달러 등 4500만달러를 요구해 거절하자 후보지인 코모도섬을 탈락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N7W재단과 맺은 계약내용을 공개해야 할 이유다.

제주도에 묻는다. 이래도 7대 자연경관에 ‘올 인’한게 그렇게 자랑스럽고 당당한가.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 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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