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 없는 7대경관 투표수…확인 방법 없나
죽자고 덤비는 공무원투표 전세계 조롱거리

제주도청 1층 로비에 설치된 ‘세계7대 자연경관’ 자동투표기. 기계가 들어선지 2주가 지났을 뿐인데 투표횟수는 3만회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2000번씩 자동 투표된 셈이다.

로비 근무직원은 하루 2000번이 가능하냐는 말에 “우리가 쉼없이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회 투표시간은 25초가 소요된다. 일요일에도 직원은 의자를 놓고 앉아 쉼없이 버튼을 누르고 있다.

#투표수 압도적 1위 주장 ‘관심’
최근 본보 확인 결과 도내 공무원 전화 투표수는 600~700만 건이다. 도청·공항·지하상가에 설치된 자동투표기, 인터넷 등 모든 투표수단을 고려했을 때 1000만표에 육박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뉴세븐원더스(N7W)재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신 세계7대 불가사의’에는 전 세계적으로 1억의 득표를 올렸다. 이는 선정을 위해 1억표를 얻었다는 뜻이 아니라 7년간 진행한 이 이벤트의 전체 투표가 1억표라는 얘기다.

이에 ‘7대경관’ 선정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누리꾼들이 최근 단순 득표수로만 따졌을 때 1000만표를 얻어도 제주도가 7대경관에 충분히 선정된다는 주장을 내놓아 관심이다.

누리꾼 ‘AF1219’(가을들녘)는 “제주도는 현재 2위 그룹과 더블스코어 이상 누르고 압도적으로 득표수 1위를 달리고 있다”며 “현재 제주만큼 열의를 보이는 지역이 없기 때문이며 재단이 투표수를 공개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명문 A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7대경관 문제를 공론화 한 ‘AF1219’는 “그나마 이스라엘·필리핀이 열을 올리긴 하나 제주도 공무원들의 700만 몰표가 워낙 두텁다”며 “사실 7대 불가사의 총 투표수가 1억표라는 주장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단 방침 거스르면 1위도 탈락
N7W재단 주장과는 달리 투표수가 1000만표만 돼도 충분히 7대경관에 선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지만 문제는 득표 1위를 해도 재단 ‘마음대로’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식후원위원회(OSC)를 두지 않거나 N7W재단의 상업과 라이센싱을 담당하는 뉴오픈월드 코퍼레이션(NOWC)이 요구하는 스폰서십 비용을 내지 않는 경우다.

이외에도 N7W재단 로고 및 상호명 임의 사용, 공식후원회가 아닌 다른 기업·기관이 재단 승인 없이 광고·프로모션·기획을 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

득표 1위에도 이같은 규칙을 어긴다면 N7W재단은 임의대로 후보지 탈락·교체 등 제제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득표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한편 누리꾼들(트위터 아이디 ‘AF1219’ ‘pythagoras0’ ‘netroller’)은 불투명한 투표과정을 문제 삼아 N7W재단에 투표수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재단 측은 여전히 공개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또 N7W재단 웹사이트에는 ‘7대경관에 선정되려면 해외투표 비율이 90% 넘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상술 행태 지적이 불거져 ‘구글 광고’는 제거됐지만 이 문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N7W재단 ‘버나드 웨버’ 이사장은 이미 “해외 투표나 국내 투표 모두 똑같이 1표로 인정받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도 웹사이트에 명시된 문구를 수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표수 미공개 방침이나 재단 요구사항 준수, 웹사이트에 여전히 해외득표 90% 이상을 명시해 둔 이유는 상술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제한 중복 유료전화로 국가차원의 전화투표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며, 최근 현대·기아차가 재단 후원사로 지위를 얻는 등 기업마케팅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투표 얼마나 했나 ‘불투명’
여러 ‘장치’를 통한 N7W재단의 상업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수십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투표에만 열을 올리고 무조건적인 홍보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투표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재단 측에 투표수 공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재단이 위치해 있는 스위스를 방문해 실체조사를 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범국민추진위 박대석 사무국장은 “대통령 선거할 때 중간에 투표수 공개하는 것 봤냐”며 “행사가 종료되면 투표수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대 불가사의 선정 때도 투표수를 공개하지 않았던 N7W재단이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학계 관계자도 7대경관 선정 논란을 두고 “지난 2007년 7대 불가사의 선정 당시 선정지역 및 탈락지역의 득표수를 공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7대 경관의 득표수도 반드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7대 경관 선정 이벤트는 이미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N7W재단만 배불리게 했다는 냉소적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만일 7대경관 선정이 물건너 간다면 N7W재단을 향한 비난여론은 일파만파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7대경관 선정은 이미 만들어졌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제주도는 7대경관 관련 홍보자료만 하루 5~6회 이상씩 내보내고, 홍보 현수막에 자동전화 투표기 설치, 1인당 1000번 이상의 투표를 강요하는 등 세계인이 즐기는 이벤트가 아닌 ‘공무원’만 죽자 살자 덤벼든 투표 과정에 전 세계 비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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