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권 확대 등록금 인상 불가피
열악한 제주대 경쟁력 약화 초래

[대학가는 지금]전국의 대학가가 ‘반값등록금’ 이슈로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언뜻 별개의 문제로 보이는 이 두 사안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대학 법인화는 곧 등록금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도내 유일 국립대학교 제주대학교도 법인화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학생들 사이 대응책을 준비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첫 발
국립대 법인화 필요성은 지난 1995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정부 교육개혁위원회는 “원하는 국립대는 선택적으로 특수법인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립대 법인화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본이 법인화를 시작하던 2004년 정부는 주도적으로 국·공립대 법인화에 나섰다. 그러나 각 대학은 반대입장을 밝혔고, 교육당국은 ‘선택적 법인화’라는 카드를 꺼냈다.

정부 주도의 국·공립대 법인화가 실패하자 ‘선택적 법인화’라는 형식을 취해 서울대는 ‘2007~2025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에서 서울대 발전을 위한 법인화 방향을 제시했다. 2008년 8월 이장무 당시 총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임기 내 법인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 총장 주도로 만들어져 학내 의견 수렴을 거친 서울대 법인화 방안은 2009년 7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됐다.

그해 12월 확정된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인화를 반대하는 여론과 여야 의견 차이로 법인화법은 1년 넘게 계류돼 있었다. 그러던 2010년 12월8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법인화법을 통과시키면서 서울대 법인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통과 이후 지난 3월 ‘서울대 법인화법 시행령(안)’이 입법예고됐고, 현재 서울대는 ‘서울대법인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법 공포 후 1년이 경과하는 2012년 3월, 지금의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가 된다.

법인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학내 ‘갈등’이 촉발됐다. 갈등은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5월30일 학생 500여명은 본관을 기습 점거한 이후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법인화 전면 재논의와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면담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점거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교수는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수익성 확보에 치우쳐 기초 학문이 고사되고 등록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 국립대엔 ‘독’
서울대 법인화 문제를 단순히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향후 지방 국립대 법인화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울대를 시작으로 지방 국립대를 단계적으로 법인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5일 경북대·부산대·전남대 교수회는 “국립대 법인화는 지방 국립대를 고사시키는 행위”라고 규정, 지방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공립대 법인화 반대의 핵심은 교육기관의 ‘민영화’다. 법인화 취지는 국고지원액을 줄이되 자율권을 확대, 대학 경쟁력 강화에 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과 재정 확보가 불가피하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측은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의 공적 기능이 약화돼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기초·순수 학문이 홀대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현재 사립대보다 낮은 등록금 수준도 재정 확보를 이유로 점차 높아질 것이고 그에 비해 학생 복지 예산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낮은 등록금으로 인재를 육성하려는 국립대학의 공공성 취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민영화’ 가장 큰 폐혜는 교육기관 독과점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화를 할 경우 학생 1인당 100%의 국고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대는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약 30%의 국고지원을 받는 지방 국립대(제주대 34%)는 현재보다 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국립대학 법인화에 대해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지난해 2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주대는 자산 규모가 적고 학생 수 규모도 적어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법인화에 반대한다”며 “하지만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해 TF팀을 구성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대학생 차가운씨는 “국립대학교 중 으뜸이라는 서울대학교가 법인화가 된다는 것은 제주대학교 역시 같은 국립대로써 법인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우리가 해마다 등록금 동결을 외치고 있는데, 이렇게도 민감한 등록금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오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대학생들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대 총학생회는 “총학생회 역시 타 학교 학생회와 연계해 자료수집 등 대응방안을 준비 중이며 현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워낙 중요한 사안이어서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고 일만아라의 소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방침을 정해 행동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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