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계속하는 이유? “절차적 정당성 잘못…입지도 문제”
“우 지사, 김태환 지사와 똑같아…진정한 국가이익 판단해야”

<창간대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제주에 장마가 시작됐다. 강동균 회장과 대담하기 하루 전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거친 비날씨에도 해군은 꿋꿋하게 공사를 진행했다. “비가 많이 와서 경계가 풀어진 것을 기회삼아 중장비를 현장에 진입시켰다”는 강동균 회장의 근심이 지난 4년의 투쟁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주민들의 눈물겨운 호소에도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제주와 한국사회. 해군기지의 현재는 제주와 한국사회의 현재와 맞닿아있다. 강동균 회장을 만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성찰과 다가올 제주사회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대담은 강정 구럼비 해안가에서 진행됐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박민호 기자

1. 해군기지 싸움을 4년 이상 이어가고 있다. 이 싸움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해군기지 사업은 절차적으로 잘못됐다. 우리들은 항상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강정은 입지적으로도 맞지 않다. 제주도 지형에서 가장 튀어나온 곳이다. 여기에 방파제를 만들면 물길 흐름을 막아 강정 뿐만 아니라 중문관광단지 나아가 서귀포 전역의 생태를 파괴할 것이다.

해군은 단지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고 입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화순과 위미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해군기지를 반대했다. 강정에서 반대여론이 높게 나올 수 없었다. 여론조사는 내용과 절차가 잘못됐다. 이 때문에 싸움을 멈출 수 없다.

2. 일부지만 제주도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니, 해군기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찬성의견도 있다.

- 찬성론자의 80~90%는 건설업자 등이다. 개인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국가안보를 생각한다면 강정보다 휴전선에 병력을 집중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된 이유는 제주도 남방해상로 확보다. 하지만 이는 이미 해경의 업무다. 굳이 해군기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해군기지는 국제전을 일으킬 위협이 될 수 있다.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면 필리핀, 괌, 오키나와, 제주가 중국을 에워싸게 된다. 중국이 이를 가만히 두겠나.

국가안보는 힘 논리로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제주는 평화의 섬에 걸맞게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

3. <제주도민일보>가 각계 200명 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해군기지를 책임지는 주체에 대해 정부와 국방부, 해군을 가장 먼저 들었고, 김태환 전 지사가 두 번째다.

- 제주도나 국방부도 그렇지만 사법부도 정부 힘의 논리에 밀려 도민의사를 무시하고 있다. 어떻게 주민들을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결할 수 있나. 강정마을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설촌 400년을 함께 산 사람들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고 하지만 지금은 해군자치도 내지 도지사 공화국이 됐다. 도지사가 제주도 대통령이다. 김태환 전 도지사와 우근민 지사는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피눈물을 흘려도 전혀 마을을 찾지 않았다.

우근민 지사는 당선 후 윈윈해법을 제시했지만 지금 보여주는 것이 과연 윈윈인지 모르겠다. 또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다른 정책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김태환 전 지사와 우근민 지사는 보여지는 모습이 똑같다. 대화로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4. 강정마을 공동체가 제주 내에서도 끈끈하기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군기지 문제로 분열됐다. 너무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본다. 강정마을 공동체는 어떤 상태인가.

- 강정은 사람사는 마을이 아니다. 친척끼리 다툼이 빈번하다. 제사, 명절, 벌초도 찬·반으로 갈려 따로 한다. 심지어 사촌끼리도 경조사를 함께 하지 않는다. 길에서 친구를 만나도 아는척 하지 않는다. 마을 내 200여개 친목회가 모두 깨졌다.

우근민 지사가 말한대로 해군기지가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돈은 수단에 불과하다. 주민들이 갈갈이 찢어진 상태에서 돈이 무슨 소용이냐.

5. 해군기지 문제로 강정 마을이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된 상황이다. 현재 싸움에 희망이 있다고 보나.

- 충분히 있다고 본다. 최근 국회 야5당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민주당에서 공사중단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자원활동가들이 강정마을을 찾아 투쟁을 돕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가 전국화되면서 전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군은 올레꾼들이 걷는 길에 펜스를 치려고 한다. 올레꾼들이 무서운거다. 울레꾼 열 명 중에 해군기지에 관심갖는 이는 두 세명에 불과하지만 해군은 두 세명의 여론을 상당히 무서워하고 있다.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버티면서 반대여론이 커지면 정부나 해군·도정도 함부로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다.

6.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선거의 가장 큰 현안은 해군기지다. 해군기지에 대해 후보들에게서 듣고 싶은 공약은 뭔가.

- 진정으로 제주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강정마을을 평화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엔 평화학교를 유치, 활용하는 것이 해군기지보다 몇 배 넘는 경제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강정을 모든 세계인이 오고 싶어하는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강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 됐다. 이를 적극 활용해 평화가치에 맞는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것 처럼 제주는 보석답게 키워야 한다. 강정마을이 이를 일조할 수 있다.

7. 제주의 지식인과 언론, 도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 언론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기자들이 해군기지 현장을 좀더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 현장을 보고 느낀점을 객관적으로 생생하게 도민사회에 알려야 한다. 언론이 더 적극성을 띠었으면 한다.

강정마을을 지키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강정마을 문제는 제주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다. 찬성·반대를 떠나서 해군기지가 지어졌을 때 제주의 이익과 손해가 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도민들에게 무조건 반대만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객관적·주관적인 면을 종합해 해군기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지역과 대한민국에 기여할 이익과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 가치 등을 판단해야 한다.

/ 대담 오석준 기자, 정리 이정원 기자, 사진 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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