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 해양관광단지 사업 ‘콘도’ 중심 2단계 추진
해양관광 인프라 특화 미흡에 국공유지 매각 논란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할 천혜의 경관 ‘섭지코지’가 특정기업의 대규모 콘도사업장으로 전락할 조짐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보광제주는 2012년 5월 동양 최대 해양과학관 완공에 맞춰 그동안 세계금융위기로 중단됐던 성산포 해양관광단지 2단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에 제주도는 인·허가 등 행정지원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섭지코지 일대 65만3851㎡에 마린스포츠센터와 해중전망대·해양생물가든·해수스파랜드 등의 오션디스커버리파크, 호텔·콘도 시설을 도입할 계획으로 2003년 국제공모를 거쳐 ㈜보광·휘닉스개발투자㈜를 사업자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1단계 사업은 허가 조건이나 다름 없었던 제주만의 특화된 해양관광 인프라인 ‘해중전망대’ 조성은 뒤로 한 채 일본인 ‘안도 타다오’ 등 세계적 건축가의 참여로 콘도(3개동 300실), 빌라콘도(33개동 50실) 중심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콘도를 비롯해 유리피라미드 등의 건축물은 기존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천혜의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국공유지 매입과정과 섭지코지 출입구 공사에서도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07년 ㈜보광제주은 주차장과 진입로 시설을 위해 당시 군유지인 제주도 땅 15만7971㎡를 114억577만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반년 가량 강력 반발하자 제주도는 보광 측으로부터 재매입하기도 했다.

게다가 1단계 사업은 약속했던 핵심 시설 준공은 이뤄지지 않은 채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보광제주은 당초 약속한 투자의 40% 수준인 1900억원만 투입한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보광제주 측이 계획 중인 2단계 사업 역시 제주만의 특화된 해양관광 인프라는 멀리한 채 콘도와 호텔 건설 등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콘도 660실, 호텔 250실, 라형콘도 105실 등 1000실이 넘는 숙박시설 조성을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학계 관계자는 “사업 허가 조건이나 다름없던 해중전망대 조성 등 특화된 사업은 내팽개친 듯하다”며 “약속했던 투자금도 투입되지 않았고 지역주민 고용도 허술했으며 누구나 감상해야 할 천혜경관이 특정 사기업의 소유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보광제주가 섭지코지 일대에 조성한 휘닉스 아일랜드는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관광객과 제주도민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섭지코지의 80% 이상이 ㈜보광제주 소유여서 공공 자산인 천혜경관의 ‘사유화’ 논란은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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